코난 타임스
늦기 전에 마음껏 놀아라 본문

① 얼마 전 찾은 고향집, 익숙한 공간이 낯설게 느껴졌다. 아스팔트 바닥 때문이었다. 가끔 배드민턴을 치던 잔디는 하얀색 선이 반듯하게 그려진 주차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잔디가 있을 때 더 뛰어다녔어야 했다. 오랫동안 잊고 지낸 거짓말 하나가 떠올랐다. ‘나중에 놀면 된다.’ 대학 가서, 취업하고 놀라는 어른들의 조언. 이 거짓말의 생명력은 아직도 남아 있는 듯하다. 매년 전국에서 놀이터가 수백 개씩 사라지고 있다.
② 그런데 의외의 공간이 놀이터로 변신하고 있다는 걸 아는가. 올리브영 성수 매장 입구엔 지방에서 온 2030과 외국인 수십 명이 매일 오픈 직전 줄을 선다. 물건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놀기 위해서다. 이들은 무료 퍼스널 컬러와 피부 진단 등 각종 체험 서비스에 대기를 걸어놓고, 매장 밖으로 나가 성수동 곳곳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는다.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성수 관광 루틴’이다. 한 지인은 초등학생 딸과 함께 다이소를 ‘참새 방앗간’처럼 방문한다. 생활 잡화부터 화장품, 문구류까지 바구니 가득 마음껏 담아도 부담이 없다. 팍팍한 현실의 제약 없이 온전히 물건을 고르는 재미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이다.
③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로 불리는 신흥 유통 공룡의 특징이다. 많은 국내 기업이 내수 시장 침체와 고물가로 부진을 겪는 동안에도, 이 기업들은 작년 영업이익이 20~30% 가까이 늘며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방한 외국인, 마케팅, 신제품 출시 같은 단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배경이 바로 놀이의 요소다.
④ 이런 변화를 보며 ‘놀이’와 ‘효율’이란 단어 사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놀이의 영역이 숫자로 재단되는 효율의 영역과 정반대에 있다는 상식이 깨지고 있다. 잘 놀고 열심히 노는 기업이 살아남는 세상에서, 사람의 일이라고 다를 리는 없다. AI(인공지능)가 수천 년 동안 인간이 정의해 온 효율의 기준을 뒤바꾸는 시대, ‘얼마나 생산적인가’보다 ‘얼마나 잘 노는가’가 인간만의 차별점이 되고 있다. ‘나중에 놀면 된다’는 거짓말은 머지않아 통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⑤ 결단은 쉽지 않다. 인생이란 무한 경쟁의 굴레 위에서, 홀로 놀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오랜 관습, 많은 이의 시선을 견뎌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어린 시절 제대로 못 논 사람이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잘 놀게 될 리는 없다. 더 늦기 전에 마음껏 놀아야 한다. 잔디 위의 소년에게 이 말을 건네고 싶다.

'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영남 역차별" "광주 몰빵 안 돼" 호남 반도체 놓고 전국이 갈등 (0) | 2026.06.27 |
|---|---|
| 브렉시트 10년, 영국 총리 잔혹사 (0) | 2026.06.27 |
| 1986년 노르웨이, 2026년 대한민국 (0) | 2026.06.26 |
| 진정한 모든 사랑은 연민이다 (0) | 2026.06.26 |
| 왜 상승장은 '황소', 하락장은 '곰'이라고 표현할까 (0) | 2026.06.2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