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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기 전에 마음껏 놀아라

에도가와 코난 2026. 6. 2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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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찾은 고향집, 익숙한 공간이 낯설게 느껴졌다. 아스팔트 바닥 때문이었다. 가끔 배드민턴을 치던 잔디는 하얀색 선이 반듯하게 그려진 주차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잔디가 있을 때 더 뛰어다녔어야 했다. 오랫동안 잊고 지낸 거짓말 하나가 떠올랐다. ‘나중에 놀면 된다.’ 대학 가서, 취업하고 놀라는 어른들의 조언. 이 거짓말의 생명력은 아직도 남아 있는 듯하다. 매년 전국에서 놀이터가 수백 개씩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의외의 공간이 놀이터로 변신하고 있다는 걸 아는가. 올리브영 성수 매장 입구엔 지방에서 온 2030과 외국인 수십 명이 매일 오픈 직전 줄을 선다. 물건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놀기 위해서다. 이들은 무료 퍼스널 컬러와 피부 진단 등 각종 체험 서비스에 대기를 걸어놓고, 매장 밖으로 나가 성수동 곳곳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는다.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성수 관광 루틴’이다. 한 지인은 초등학생 딸과 함께 다이소를 ‘참새 방앗간’처럼 방문한다. 생활 잡화부터 화장품, 문구류까지 바구니 가득 마음껏 담아도 부담이 없다. 팍팍한 현실의 제약 없이 온전히 물건을 고르는 재미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로 불리는 신흥 유통 공룡의 특징이다. 많은 국내 기업이 내수 시장 침체와 고물가로 부진을 겪는 동안에도, 이 기업들은 작년 영업이익이 20~30% 가까이 늘며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방한 외국인, 마케팅, 신제품 출시 같은 단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배경이 바로 놀이의 요소다.

이런 변화를 보며 ‘놀이’와 ‘효율’이란 단어 사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놀이의 영역이 숫자로 재단되는 효율의 영역과 정반대에 있다는 상식이 깨지고 있다. 잘 놀고 열심히 노는 기업이 살아남는 세상에서, 사람의 일이라고 다를 리는 없다. AI(인공지능)가 수천 년 동안 인간이 정의해 온 효율의 기준을 뒤바꾸는 시대, ‘얼마나 생산적인가’보다 ‘얼마나 잘 노는가’가 인간만의 차별점이 되고 있다. ‘나중에 놀면 된다’는 거짓말은 머지않아 통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결단은 쉽지 않다. 인생이란 무한 경쟁의 굴레 위에서, 홀로 놀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오랜 관습, 많은 이의 시선을 견뎌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어린 시절 제대로 못 논 사람이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잘 놀게 될 리는 없다. 더 늦기 전에 마음껏 놀아야 한다. 잔디 위의 소년에게 이 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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