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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6 10

1986년 노르웨이, 2026년 대한민국

① 건강하게 살고 있는 그 나라 국민에겐 실례되는 이야기지만, ‘네덜란드병’은 경제학 교재에 버젓이 등장하는 용어다. 1959년 북해에서 발견된 가스전으로 일약 돈방석에 올라앉게 됐지만, 결국 그게 화근이 되어 네덜란드의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오랜 침체의 수렁에 빠진 현상을 말한다. 막대한 외화 수입은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불렀고 자동차, 선박, 기계 등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 정부는 정부대로 선심성 복지를 늘렸고, 이는 시중에 넘치는 돈과 결합돼 인플레와 임금 상승의 악순환, 급기야는 대량 실업과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했다. 네덜란드병을 벗어나기까지 대략 20년이 걸렸다. ② 네덜란드보다 10년 뒤 이번엔 노르웨이 쪽 북해 대륙붕에서 원유 잭팟이 터졌다. 북유럽에서 가장 가난하던 나라..

진정한 모든 사랑은 연민이다

① 『행복의 정복』에서 그는 삶을 증오한 나머지 늘 자살할 생각을 품고 살았다고 회고했다. “어렸을 때 나는 ‘세상에 지친 이 몸에 죄로 된 짐을 지고’라는 찬송가를 가장 좋아했다. 내 나이 다섯 살 때, 만일 일흔 살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이제 겨우 일생의 14분의 1을 견딘 셈이니, 내 앞에 길게 뻗어 있는 인생의 지루함이 얼마나 견디기 어려울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성기철의 『러셀의 인생수업』 ② 버트런드 러셀(사진)은 삶을 긍정한 행복한 철학자였다. 실제 인생도 잘 풀렸다. 유년의 상처를 극복했고, 98살까지 천수를 누리며 철학·과학 등 방대한 저작을 남겼다.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했다. 자유연애주의자로 네 번 결혼했는데, 마지막 결혼은 80세에 했다. ③ 러셀에게서 빌리는 삶의 지혜서라고 할까. 러..

왜 상승장은 '황소', 하락장은 '곰'이라고 표현할까

① 9000선을 넘어 고공 행진하던(soar) 코스피가 폭락해(plunge)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가(trigger a sell-side sidecar) 다시 반등하는(rebound) 등 요동치고(roil) 있다. ② 이처럼 증시 변동성(volatility)이 커지면서 ‘불 마켓(bull market)’ ‘베어 마켓(bear market)’이라는 표현과 그 어원이 새삼 관심을 모으고(attract renewed attention) 있다. 상승 장세(rising market)를 의미하는 ‘bull market’의 ‘bull’은 ‘황소’, 하락 장세(declining market)를 가리키는 ‘bear market’의 ‘bear’는 ‘곰’을 뜻한다. 그런데 하고많은 동물 중 왜 하필 ‘황소’와 ‘곰’만 증..

유언의 효력

① 로마법에서 유언의 효력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빚어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기원전 93년께 벌어진 ‘쿠리우스 송사(causa curiana)’가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들을 상속인으로 지정하고, 그 아들이 성년이 되기 전에 죽으면 쿠리우스에게 재산을 넘긴다’는 유언을 작성한 사람이 막상 아들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면서 일이 꼬였다. 유언의 자구에 충실해야 한다는 ‘문언(文言)주의’와 유언자의 의사를 중시해야 한다는 ‘의사(意思)주의’가 팽팽하게 맞섰다. ② 재산 상속이 걸린 일인 만큼 유언이 인정받는 조건은 까다롭다. 로마법의 깐깐한 유언 작성 및 집행 규정은 독일 민법과 일본 민법을 거쳐 한국 민법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행 민법은 자필증서와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자원만 준다고 혁신 안 일어나, 과도한 자율은 독

① 애플의 매킨토시, 3M의 포스트잇, 구글의 지메일은 모두 직원들의 주도적인 ‘사내 기업가정신(Intrapreneurship)’에서 탄생한 혁신의 아이콘이다. 많은 기업이 이런 ‘대박’을 꿈꾸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직원들에게 자유 시간을 부여하지만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유가 뭘까? 최근 기업 내 혁신 과정을 심층 분석한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진은 사내 기업가정신을 하나의 단일한 과정으로 보는 접근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② 먼저 기회 탐색 및 아이디어 창출 단계에서는 ‘혁신 문화’와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거나 장기근속에 따른 타성에 젖어 있을 때 혁신의 씨앗은 말라버린다. 이 시기에는 해커톤이나 아이디어 회의 같은 구조화된 활동..

'음료 테러' 자작극 의혹

① 6·3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4월 27일 부산의 한 교차로. 부산시장에 출마한 개혁신당 정이한 후보(38)가 출근길 유세를 위해 흰색 승용차 앞으로 다가갔다가 갑자기 주저앉았다. 승용차 운전석 문에선 갈색 액체가 흘러내렸다. 정 후보한테서 상황을 들은 개혁신당 측 설명은 이랬다. 운전자가 정 후보를 향해 “어린 놈의 XX가 무슨 시장이냐”며 아이스 커피가 담긴 컵을 던졌다는 것이다. 정 후보가 이를 피하려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쳤다고 한다. 개혁신당은 “음료 테러”라고 규탄했다. ② 피를 던진 운전자는 사건 당일 체포됐다. 정 후보와 같은 30대 남성이었다. 정 후보는 이 운전자를 면회한 뒤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선처 탄원서’라고 쓰인 서류를 경찰에 제출했다. 인터뷰에선 “이번 일로 제 또래들이..

반도체 공장 24시간 돌려야하는데 "호남 전력 인프라로는 쉽지 않아"

①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광주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경우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한지 여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에너지 업계에서 나온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끊기지 않는 기가와트(GW)급 양질의 전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호남의 현 전력 인프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지역의 안정적 기저 전원인 한빛 원전의 설계수명 만료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소다. ② 지난해 기준 호남 지역의 총 발전 설비 용량은 약 23.3GW로 지역 전력 수요(5GW)를 4배 이상 웃돈다. 전력이 넉넉해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태양광은 일조량에 따라 발전량이 출렁인다. 이런 태양광이 호남 발전 설비의 약 47%를 차지하고 있어 시간대별 발전량 편차가 크다. ③ 낮밤 편차를 메우려면 낮에 남는 전력을 ..

조리복 입고 "어떤 책 드릴까요?" 독자 잡으려 부스마다 이색 아이디어

① 웬만해선 독자를 잡을 수 없다.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시작된 국내 최대 도서 축제 ‘서울국제도서전’은 오전 10시 개막 전부터 ‘오픈런’을 준비하는 행렬이 코엑스 1층 대형 복도를 가득 채웠다. 얼리버드 사전 예매 당시 대기 인원이 3만명에 달할 만큼 올해도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28일까지 15만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도서전에 참여한 출판사들 사이에선 이들의 발걸음을 잡기 위해 ‘공간’ ‘굿즈’ ‘스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꽃무늬 몸빼바지’를 입고 등에 출판사 홍보 간판을 메고 나온 이연실 이야기장수 대표는 “도서전은 1년 출판사 운영에 가장 중요한 날이라 연초부터 준비했다”며 “작년엔 인간 화환으로 분장하고 도서전에 왔더니 1년 내내 회사가 관심을 받더라”고 말했다...

강한 노동법이 불러온 역설

① 삼성전자 N% 성과급 사태로 정부의 파업 대응 공식은 깨졌다. 그동안 노조가 파업으로 위협할 때 정부는 이들이 소속된 상급 단체를 통해 개입해 왔다. 노동계 출신 정부 고위 관계자가 민주노총, 한국노총 측을 만나 간접적으로 노조에 입김을 행사했다. 때로는 찍어 눌렀고 형님·동생 하며 유화적으로 상황을 풀기도 했다. 얼어붙은 분위기는 곧잘 반전됐다.그러나 이번엔 기존 방식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초기업 노조는 양대 노총에 속하지 않은 데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금전적 보상뿐이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었다.② 지난 21년간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긴급조정권’ 발동이 거론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국무총리가 직접 긴급조정권 발동을 시사했고, 고용노동부 장관은 ‘반도체는 이미 공공..

손의 앞날이 궁금하다

① 인간은 자신을 닮은 사람을 좋아한다. 오랜 수렵, 채집 생활 기간 동안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우리 편’이었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인데도 어느 스포츠팀의 팬이라는 걸 알면 왠지 가깝게 느껴지고, 양복 입은 사람과 작업복 입은 사람을 섞어 놓으면 비슷한 복장끼리 모이는 것도 이래서다. 인종 간의 갈등 역시 이 오래된 마음의 영향이다.사람에게만 그런 게 아니다. 반려견이 주인을 닮은 건 자신을 닮은 개를 고르기 때문이라는 연구도 있다. ② 영화 속 외계인의 기본 형태도 인간에게서 멀리 가지 않고, 요즘 대세인 로봇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의 형상에 가까울수록 기능적으로 훌륭할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 때문이라는 게 이 분야의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는 김상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말이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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