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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108

최후 진술의 품격

① 이토 히로부미를 쏴 죽인 안중근 의사 재판에서 쟁점이 된 것은 ‘관할’과 ‘입법 미비’였다. 1910년 2월 12일 중국 뤼순 지방법원에서 열린 마지막 변론에서 국선 변호인 가마다 세이치는 안 의사의 무죄를 주장했다. 가마다는 “하얼빈은 청나라 영토인데, 청나라는 한청통상조약에 의해 자국에서 벌어진 한국인 범죄에 치외법권을 인정하고 있다. 안중근을 처벌하려면 한국 법에 따라야 하는데, 지금 한국 형법은 자국민이 국외에서 저지른 범죄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고 했다. ② 그러나 나는 결코 개인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의병으로서 한 것이며, 따라서 나는 전쟁에 나갔다가 포로가 되어 이곳에 온 것이므로 국제 공법에 의해 처벌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했다. 교전 중의 정당행위라고 주장한 것이다. ③  다만 대..

"소름 돋는..." 그날 밤 용산 합참서 무슨 일이

① 지난해 12월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찾은 곳은 용산 합동참모본부 지하에 있는 결심지원실이다. 그곳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등 군 간부들이 있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시 대통령은 지체 없이 해제한다’는 계엄법에 따른다면 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계엄 해제와 함께 군 철수를 지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윤 대통령 발언을 접한 방첩사령부 간부가 공수처에 한 진술은 그와 거리가 멀다. “정말 무서울 정도로 소름 돋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② “인원이 너무 부족했다”는 김 전 장관의 말에는 “그건 핑계다. 국회에서 의결했어도 새벽에 비상계엄을 재선포하면 된다”며 호통을 쳤다고 한다. 그는 당시 상황을 지켜본 방첩사 요원이 단체대화방에 이..

당심 눈치보는 여권 주자들

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던 여권 잠룡들이 최근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조기 대선 시 ‘집토끼’의 비토를 받아서는 당내 경선 돌파가 어렵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②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선 “계엄과 포고령은 헌법 위반이라 불가피하다”고 거듭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탄핵 반대 지지층에게 통합을 호소한 것이다. 유 전 의원은 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언젠가 인간적으로 오해를 풀고 화해하길 바란다. 그런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③ 탄핵 반대층을 향해 공개적으로 구애의 손을 내민 것이다. 다만 여당 대표 시절 탄핵 소추안 국회 표결을 독려한 것에 대해서는 “후회하는 결정은 없다. 다시 돌아가도 계엄을 막았을 것”이라고 했다.④ 윤 대통령 탄핵 심..

윤 탄핵선고 지연이 말해 주는 것들

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심지어 윤 대통령 탄핵안 보다 13일이나 늦게 접수된 한덕수 총리 탄핵안 판결(3월 24일)이 먼저 이뤄진다. 대통령 탄핵안을 놓고 헌법재판관 8명끼리 이견 조율이 잘 안 된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이 지난 8일 석방된 게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② 윤 대통령의 내란죄는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처럼 명백하다고 믿는 이들은 복장 터질 노릇이다. 결론이 뻔한데 헌재가 왜 이렇게 시간을 끄냐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어쩌겠나. 절차적 정당성이 확인되기 전까지 사법은 작동하지 못한다.  ③ 대통령 탄핵 재판은 본질적으로 정치 재판이어서 형사 재판과 달리 여론이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탄핵 최저 기준이 67%란 얘기는 대통령을 파면시키려..

비상대권에 관한 단상

① 윤석열 대통령이 유력한 대선후보로 운위되던 시절 그와 단둘이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난데없이 ‘카를 슈미트’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미학을 전공한 자가 쓴 칼럼에 법학자의 이름이 등장한 게 신기했던 모양이다. ② 아무튼 그 자리에서 우리는 이 나치 법학자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공유했던 걸로 기억한다.심지어 그는 법학의 문외한인 내게 카를 슈미트의 헌법관을 ‘결단주의’라 부른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 법관념을 다른 것으로 대체한 분이 계신다고 가르쳐 주기까지 했다. 그 자리에서 들은 것이 하필 헌법학자 허영 교수의 이름.  ③ 국가비상사태에 계엄의 발동은 당연한 일. 문제는 ‘국가비상사태’가 언제인지 ‘누가’ 정하느냐다. 허 교수는 그 권한이 “오로지 대통령에게 있다”고 본다. 이게 ..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

① 알다시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26일로 예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항소심 판결이다. 사법 영역의 결정이 각 진영의 정점에 있는 두 명의 운명뿐 아니라 정치판 전체의 명운을 좌우하는 형국이다. ② 이 과정에서 너나 할 것 없이 툭하면 법 앞으로 내달리는 ‘정치의 사법화’가 그 극한에 달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야가 서로 고발한 국회의원의 숫자만 33명에 달한다니 말이다. ③ 원하든 원치 않든, 사법부가 정치의 주요 행위자가 돼버리면서 ‘사법의 정치화’도 위험수위다. 어느 때부터인가 판사의 정치적 성향을 따지는 건 디폴트값이 돼버렸다. 화교 아니냐는 공격을 당하던 지귀연 판사가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 청구를 받아들인 후 찬탄의 영웅이 된 블랙코미디가..

'새치기' 불사하며 한덕수 선고 미루는 헌재

① 탄핵정국의 최우선 이슈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다. 하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총리 탄핵심판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심판이 속히 매듭지어져야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마저 직무 정지된 국정리더십 이중 공백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② 이런 마당에 헌재는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심판을 13일 선고한다”고 11일 발표했다. “대통령 탄핵심판이 최우선”이라던 원칙을 아무 설명 없이 뒤집은 것부터 이상하고 “신속히 대통령을 파면 선고하라”고 외쳐온 야권이 가만있는 것도 이상하다. 굳이 다른 사건을 처리하겠다면 한 대행 사건부터 선고하는 게 순리일 텐데 중요성도, 서열도 떨어지는 감사원장과 검사들 사건부터 처리하겠다는 것도 이상하다. ‘선입선출’ 원칙에 ..

윤석열 탄핵심판 결론까지 콘클라베식 평의

① 헌법재판소가 연휴 기간 잠시 중단했던 윤석열 탄핵심판 평의를 4일 재개해 숙고를 이어갔다. 윤 대통령 사건을 포함해 진행 중인 탄핵심판 사건 9건 중 6건의 변론을 종결한 헌재는 18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 1차 변론 이전에는 아무 일정도 잡지 않았다. 윤 대통령 선고가 17일까지 날 수 있는 것이다.②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을 포함한 8인 재판관은 헌재 본관의 별도 평의실에서 6명 이상 탄핵 찬성으로 파면할지 또는 3명 이상 반대로 기각할지를 놓고 결론을 낼 때까지 무기한 숙의하는 ‘콘클라베식 평의’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땐 11차례, 박근혜 전 대통령은 8차례 평의를 거쳐 결정문을 썼다.  ③ 선고가 임박해지면서 보안도 철저해졌다. 서울 재동 헌재 안팎은 경찰 기동대 3개 부대 약 200명..

국민의힘은 중원을 버렸는가

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가 3월 26일에 열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은 최후 진술까지 마쳤으므로 역시 3월에 결과가 나올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다면 이 대표 항소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오더라도 대선 전 대법원 선고는 사실상 어렵다. ‘이재명 후보’는 상수다.  ② 정치 싸움의 승패를 가르는 네 요소는 세력·명분·동력·타이밍이다. 윤 대통령은 늘 불리한 지형에서 무모하게 싸우다가 매번 참패했다. 세력은 약하고, 명분도 부족하고, 동력은 없는데, 타이밍은 늘 늦었다.  ③ 돌이켜보면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을 감당할 역량과 책임감이 부족했다. 선거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으로 직행한 윤 대통령에게 선거는 어쩌면 한계일지도..

윤, 개헌 꺼내며 여론에 직접 호소

①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제시한 임기 단축 개헌과 책임총리제는 탄핵 인용과 조기 대선의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던진 정치적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헌법재판관에게 탄핵 기각의 명분을 제공하고, 직무 복귀 시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며 시간을 벌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대법원 선고도 이끌어내는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② 윤 대통령이 취임 뒤 공식석상에서 개헌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관은 여론에 강한 영향을 받는다. 윤 대통령도 싫고, 이재명 대표도 싫다는 중도 보수층에 임기 단축 개헌은 유의미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③ 윤 대통령은 기존에 내세웠던 계엄의 불가피성을 반복하면서도, 탄핵과 관련한 법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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