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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로봇은 모르는 감각의 세계

① 며칠 전 작은 소극장 무대에서 열린 연극 ‘피아노맨’을 보았다. 소도시 허름한 선술집에 입장하는 느낌을 주듯, 공연 시작 전부터 배우 셋이 무대를 서성이며 관객을 맞이했다. 무대와 관객의 거리가 가깝다 못해 구분이 없는 블랙박스형 극장이었는데, 얼마나 가까운지 배우들이 흘리는 땀방울이 그대로 보였다. 쉼 없이 이어지는 춤으로 숨이 차올라 가슴을 들썩이는 배우들의 움직임을 보면서는 나도 모르게 대신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언어가 만들어낸 서사보다는 배우가 표현하는 몸의 이야기에 집중한 연극이었는데, 그 ‘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허벅지 근육이 움직이고, 폐가 뜨거워지는 감각을 경험한다. 저절로 감탄의 표현이 솟는다. ② 눈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애쓰는 ‘사람’을 목..

불멸 꿈꾸는 억만장자들

① 자연에는 영생에 가까운 삶을 누리는 생명체가 있다. ‘불멸의 해파리’(투리톱시스 도르니)가 대표적이다. 이 해파리는 노화가 진행되면 몸을 유충 단계로 되돌린다. 이론적으로 이런 과정을 무한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포식자에게 잡아먹히지 않는다면 생물학적으로 영원히 살 수 있다.그리스신화 속 ‘히드라’와 똑같은 이름의 미세 유기체도 늙지 않는다. 머리를 잘라내도 다시 자라나는 그 괴물처럼 줄기세포가 지속해서 분열해 낡은 세포를 끊임없이 교체할 수 있다. 인간에게는 숙명으로 여겨지는 노화와 죽음이 절대 명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생명체들이다. ② 인류는 먼 옛날부터 영생을 꿈꿨다. 인류 최초의 문학작품으로 인정받는 수메르의 길가메시 서사시는 영원한 삶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그렸다. 진시황의 불로..

재선거의 기준을 묻는다

① 선거에 대한 공부를 평생의 업으로 삼은 내게도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처음 들어본 황당한 사건이었다. 이로 인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진상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국회가 국정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 하니 결코 간단히 끝날 사안은 아니다. 무엇보다 재선거 요구를 포함한 항의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 공동체가 함께 숙고해야 할 과제다. ② 먼저 필요한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부분과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 무엇인지 구분하는 일이다. 예컨대 기표할 투표용지가 모자랐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이런 일이 왜 벌어졌는지 규명하고, 책임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에도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즉,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는..

"집은 필수재, 보유세는 결국 세입자에 전가"

① “집은 ‘주거’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는 필수재입니다. 보유세를 올려 고가 주택 소유 부담을 가중시킬 경우 오히려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신성환 전 금융통화위원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과거 사례를 보면 집값을 잡기 위해 미실현 이익에 세금을 부과할 경우 부작용이 더 많았다”고 했다.②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없으면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효과를 보려면 교통 좋은 서울 도심을 재개발하는 식으로, 살고 싶은 집을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곳은 많은 이권과 규제가 걸려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정권의 속성상 정해진 임기 내에 공급 주택 수를 늘려야 하다 보니 수요가 많지 않은 지역에 세금으로 집을 짓는 비효율이 반복된다.” ③ “보유세 인상 목적은 보유 부담을 늘려서 집 수요를..

권력의 급소

① 2005년 윔블던 결승에서 로저 페더러에게 패한 후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이태 연속 패배였는데 그는 “페더러가 (테니스에) 싫증 내거나 다른 것을 하게 되길 바랄 뿐”이란 농반진반의 얘기를 하곤 이처럼 말했다. 로딕은 최강 서버였다. 다만 백핸드가 ‘평범’했다. 페더러가 이를 파고들었다. 나중엔 다른 이들도 따라 했다. 초기에 그는 페더러에게 지는 선수였는데 나중엔 다른 이들에게도 지는 선수가 됐다. ② 약점은 누구에게나 있다. 약점의 치명도가 높아져 급소가 되는 건 과잉 방어 탓일 수도 있다. 주변에 “여길 건드리면 효과가 있다”는 신호를 줘 더한 공격을 부르고, 이게 당사자의 평상심을 잃게 해 잘못된 대응을 하게 할 수도 있어서다. 위기가 문제가 아니라 위기 대응이 문제인 것이다. 로딕은 백핸드..

장동혁, 지금이 사퇴할 최적기다

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보수의 미래가 되기는 어렵다는 게 재차 확인된 것은 6·3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다. 박민식(16%) 대 한동훈(41%)의 대결이었지만, 실은 장동혁-한동훈의 미래 전쟁이었다. 부산 유권자들은 넷플릭스 다큐로 스타가 된 정리 정돈 전문가 곤도 마리에 여사의 구호를 잘 아는 것처럼 투표했다. “물건을 하나씩 손에 쥐어보라.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장 대표는 설레는 정치를 한 적이 없다. 사퇴 압박 속에 며칠 전 입원한 그가 퇴원 후 당직 개편을 시도한다는데, 장동혁 2기는 세상을 가슴 뛰게 할지 모르겠다. ② 오히려 세 가지 이유에서 지금이 퇴진의 최적기다. 첫째, 2년 임기가 끝나는 내년 8월보다 지금이 더 여건이 좋다. 장 대표가 버티자면 버틸 수 있지만, 자기반성과 ..

'광장의 음모론' 어떻게 답해야 하나

① 지난주 금요일 찾은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 앞 광장에선 부실선거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부정선거론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사태 초기 참정권 훼손을 규탄하던 청년들의 목소리는 점점 음모론과 정치적 구호에 덮이는 양상이다. 게시판에는 “참정권 침해 메시지에 집중해달라” “질서를 지켜달라”는 안내와 “윤석열은 나라를 위해 자신을 버렸다” “중국 공산당은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 같은 구호가 어지럽게 섞여 있었다. ② 일부 참가자들의 극우적 행태에 광장은 오염되고 있지만 공권력은 몸을 사리고 있다. 시위대가 유소년 선수들의 가방을 뒤지고, 기자들을 폭행해도 경찰은 속수무책이다. 필요한 물품만 반출하겠다는 체육단체의 절박한 시도조차 단 한 명의 막무가내 저지에 무산됐다. 광장에는 국가가 보이지 않았다..

"횡재 수익 생긴 나라들, 유권자에 돈 나눠주기 등 안타깝게도 대부분 낭비"

① "횡재 수익이 생긴 나라들은 안타깝게도 이를 낭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치인들은 이를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에게만 나눠주려 하는 등 최대한 빨리 탕진하려 든다."② 노르웨이를 포함한 자원 부국들의 사례를 분석해 최적 재정 배분 모델을 제시해 왔다. 1990년대 모국(母國) 네덜란드에선 집권 여당 재정 대변인과 차관까지 지냈다. 그는 WEEKLY BIZ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횡재 수익을 잘 관리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를 가른 요소는 민주주의와 법치의 수준, 국가적 논의 유무 같은 것들"이라며 "한국은 이 모든 요소를 잘 갖추고 있기 때문에, 좋은 조건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③ "네덜란드를 포함해 나이지리아, 가나 등 여러 나라에서 자원 수익이 정치화됐다. 천연자원은 국가와 국민의 것이..

카뱅 순익 '역대 최대' 지방은행 제쳤다

① 카카오뱅크가 지난 1분기에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다. 광주·전북 지역을 기반으로 둔 JB금융지주를 뛰어넘는 18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해외 투자성과와 비이자 부문의 성장세가 호실적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첫 흑자를 낸 카카오페이도 최대실적을 내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② 첫 해외 투자대상인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의 가치가 뛴 것이 호실적의 핵심 요인이다. 슈퍼뱅크가 상장에 성공한 뒤 기업가치를 높이면서 카카오뱅크는 보유 지분 평가차액으로만 933억원의 영업외이익을 냈다. ③ 비이자수익 증가세도 이어졌다. 카카오뱅크의 1분기 비이자수익은 30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늘었다. 창사 후 처음으로 3000억원을 돌파했다. 각종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와 광고를 비롯한 ..

히트플레이션

① 지구촌 곳곳에서 날아오는 뉴스들이 하나같이 뜨겁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국제 유가가 널뛰는 가운데 한반도에는 예년보다 훨씬 이른 더위가 상륙했다. 지난 18일 서울에 내려진 올여름 첫 폭염주의보는 지난해보다 12일이나 빨랐다. 요동치는 기름값에 이어 이상 고온 현상이 또 다른 물가 상승 압력이 되고 있다. 이른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의 엄습이다. 폭염이 농작물 생육을 방해하고 가축을 폐사시켜 밥상 물가를 끌어 올리는 현상이 눈앞의 현실로 닥쳤다.② 보양식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닭고기 가격도 20%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겨울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여파에 최근 기습 폭염이 더해지면서 공급이 줄어든 탓이다. 서울 주요 상권의 삼계탕 한 그릇 가격이 2만원을 웃도는 현실에선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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