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며칠 전 작은 소극장 무대에서 열린 연극 ‘피아노맨’을 보았다. 소도시 허름한 선술집에 입장하는 느낌을 주듯, 공연 시작 전부터 배우 셋이 무대를 서성이며 관객을 맞이했다. 무대와 관객의 거리가 가깝다 못해 구분이 없는 블랙박스형 극장이었는데, 얼마나 가까운지 배우들이 흘리는 땀방울이 그대로 보였다. 쉼 없이 이어지는 춤으로 숨이 차올라 가슴을 들썩이는 배우들의 움직임을 보면서는 나도 모르게 대신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언어가 만들어낸 서사보다는 배우가 표현하는 몸의 이야기에 집중한 연극이었는데, 그 ‘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허벅지 근육이 움직이고, 폐가 뜨거워지는 감각을 경험한다. 저절로 감탄의 표현이 솟는다.
② 눈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애쓰는 ‘사람’을 목격하는 경험은 그 자체로 감동스러웠다. 시원하고 쾌적한 곳에서 매끈한 휴대폰을 터치하면, 인공지능은 말끔하고 단정한 답변을 내놓는다.
③ 내가 원할 때 이루어지는 이런 대화도 나쁘지 않지만, 그 과정에 몸의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경탄은 없다. 물론 로봇도 춤을 춘다. 새롭고 신기하지만 로봇에게 ‘얼마나 힘들까?’, ‘지금 어떤 느낌일까?’를 궁금해 하지는 않는다.
④ 반면 배우는 목요일 7시와 토요일 4시에만 관객을 만나고, 같은 춤을 추더라도 공연 때마다 표현이 다르다. 객석에 사랑하는 사람이 앉아 있을 때의 연기는 여느 때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을까?
⑤ 철학은 이를 ‘감각질(Qualia)’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물질적인 데이터로는 환원되지 않는 지극히 주관적인 인간 고유의 감각, ‘체험의 유일성’을 뜻한다. 첫 공연, 벅찬 표정으로 무대에 등장해 잠시 울컥하던 한 배우의 눈동자를 잊지 못한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우리가 여전히 어두운 소극장을 찾고, 인간이 뿜어내는 소리와 움직임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결국 이 대체 불가능한 감각질의 경이로움을 목격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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