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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순간들이 인생을 바꾼다

① 살다 보면 남들에게는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닌 거 같은데, 내겐 유독 중요하게 다가오는 일들이 있다. 더 이상 생각하지 말아야지 싶지만 자꾸만 그 일이 떠올라서 어쩔 줄 몰라 한다. ② 클레어 키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배경은 1985년 아일랜드의 소도시다. 석탄 판매상으로 평범한 가정을 꾸려가던 빌 펄롱. 그는 마을에 있는 수녀원에 마음이 쓰인다. 미혼모나 고아 등을 수용한다는 그 수녀원에 한 젊은 여성이 강제 입소 당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다. ③ 그때부터다. 알 수 없는 물음들이 마음을 짓누르기 시작한 것은. 빌은 아내에게 이 일을 전하면서 묻는다. “당신은 의문이 안 들어?”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왜 마음에 걸리는 걸까? ④ 그 사소한 순간들이 모이고 모이면 어쩔 수 ..

빅테크는 중세의 영주, 플랫폼 이용자들은 현대판 봉건시대 농노일 뿐

① “현대 사회의 빅테크는 봉건시대의 영주와 같이 군림합니다.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이들의 땅(플랫폼)에서 밭을 일구는 농노가 됐죠.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노예는 자신의 처지를 깨닫지 못하는 노예인데, 어쩌면 우리가 그런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② 지난 9월 ‘테크노 퓨달리즘(feudalism·봉건주의)’란 책을 펴내고 “현대인들이 새로운 봉건제 아래 살게 됐다”고 주장했다.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플랫폼이란 ‘땅’을 제공하는 디지털 시대 영주들 아래에 개인들이 끌려다니게 됐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③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을 꼽자면 ‘시장’과 ‘이익’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엔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이 시장을 대체하고 있는데, 플랫폼은 엄밀히 말해 시장의 동의어가 아니다...

커지는 '한덕수 미스터리'

① 야당의 거듭된 탄핵 경고에도 여야 합의 관행을 명분으로 헌법재판관 임명에 반대한 여권의 편에 선 것. 하지만 한 총리는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여당의 대행직 유지 요구에도 일찌감치 “직무 정지 결정을 수용하겠다”며 스스로 권한대행 직에서 내려왔다. 헌법을 앞세우며 국정 안정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혼란을 키운 셈이다. 여기에 야권에서 한 총리의 비상계엄 역할을 두고 각종 의혹을 제기하면서 ‘한덕수 미스터리’는 커지는 모양새다. ② 한 총리는 주변에 “나한테 탄핵은 중요하지 않다. 국정을 안정시키는 것이 내 마지막 소임”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한 총리는 줄곧 ‘국정 안정’과 ‘헌정 질서’를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사상 초유의 ‘권한대행 탄핵’을 초래하면서 ‘국정 안정’이라는 목표를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

한국 증시 '나홀로 하락' 올해 250조 사라져

① 올 한 해 국내 증시에서 250조 원이 넘는 금액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증시가 급등하는 가운데 한국 증시만 고꾸라지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1년 내내 이어진 결과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부진했던 데다 하반기(7∼12월) 환율 상승과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등 악재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② 올 한 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이탈한 시가총액이 254조 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 중 삼성전자의 시총 감소액이 약 148조 원으로 전체 국내 증시 시총 감소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③ 문제는 고환율 여파가 이어지며 국내 증시가 앞으로도 한동안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가는 정국 불안이 확대되며 더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④ 한 국내 신용평가사 관계..

위대한 나라로 가는 개헌

① 한국 정치가 위기다. 견제와 균형이 무너졌고 대화와 타협이 실종됐다.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국무총리도 탄핵소추됐다. 다들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고 얘기한다. 과연 그럴까. ② 약 250년 전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세계 최초로 연방제와 대통령제를 고안해 헌법을 만들었다. 그들이 제일 싫어한 것이 영국 국왕이었다. 그래서 건국 헌법을 만들 때 혹시나 대통령이 왕처럼 권력을 행사할까 봐 국가 권력을 대통령과 의회가 나눠서 갖도록 했고 대통령과 의회는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도록 했다. ③ 정치학자 찰스 존스는 저서 에서 미국은 2년마다 치러지는 정기 선거를 통해 자연스럽게 대통령과 의회의 권력 분립이 이뤄지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실현된다고 설명했다. 미국민은 2년마다 투표를 통해 ..

윤석열이 쌓은 거짓말의 성

①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들어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뭐 하고 있냐,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② 언젠가 이 장면이 연극 무대에 오르거나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주연배우의 손에 위스키 병이라도 하나 들려 있지 않고서는 현실감을 자아내기 어려운 대사들이다. 취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이런 흉포한 언사를 쏟아낼 수 있겠는가. ‘나와바리 전쟁’ 중인 조폭 보스도 아니고.③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무너뜨리고 언론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무참하게 짓밟은 전두환의 ‘국가보위입법회의’가 44년 만에 되살아날 뻔했던 셈이다. 유..

리더 부재 사회

① 새해를 앞두고 국가·사회적으로 아젠다를 설정하고 비전을 공유해야 할 연말인데, 요즘 우리는 초유의 ‘리더 부재의 사회’에 살고 있다.  ② 고수인 리더들은 스스로 무엇이 결핍됐는지 알고 겸손하고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지만, 하수인 보스들은 본인이 모든 걸 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오류를 범하고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자들을 배척한다. 리더든 보스든 현존하는 수많은 지식과 정보의 양을 감안하건대 각 개인이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른 채 여러 가지 의사결정을 하고 행동에 옮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③ 개인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슬기롭게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의견, 배경, 경험,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우리가 미처 상상도 못 한 시각과 내용을 습득해 나가..

MB의 아침이슬, 윤석열의 포고령

① 다른 참석자가 "만약에 계엄을 선포하려 하셨다면 우린 어떻게 했을까"라고 했을 때 이재오 전 장관이 대뜸 "(MB) 멱살을 잡아서라도 못하게 말렸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MB가 "충분히 내 멱살을 잡았을 사람"이라고 응수하며 좌중에 큰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② 보수 진영이 배출한 생존 전현직 대통령 중 유일하게 탄핵소추를 피한 MB, 계엄 사태로 좌표를 잃은 보수세력엔 기댈 언덕이 필요했을까. ③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대통령실장 류우익과 다섯 명의 수석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억울했지만 국민들에게 져야 할 때는 지는 법을 알았다. 청와대 뒷산에 올라 들었다는 시위대의 '아침이슬' 노래는 MB와 국민을 연결하는 소통의 매개였다. 국정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

①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0일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수사가 중대 고비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구속 기소)에 대한 공소장에 윤 대통령이 총, 도끼 등을 언급하며 국회 통제를 직접 지시한 상황을 상당수 적시한 만큼 강제 수사의 동력은 충분히 확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공수처와 경찰이 집행에 나서더라도 대통령경호처가 막아선다면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거나 집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은 변수로 거론된다. ② 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국방부 조사본부의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는 30일 0시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과 압수..

새해 다짐은 '썩지 않은 뇌'

① 웃기긴 한데 별 영양가는 없는 이런 밈(meme)을 하루에도 수차례 소비하며 실소(失笑)하고 있다면, 불행히도 당신은 이미 ‘브레인 롯(brain rot·뇌 썩음)’ 상태에 빠졌을 확률이 높다. ②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최근 ‘브레인 롯’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이는 원래 미국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저서 ‘월든’에서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사회에 만연한 물질주의를 지적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였지만, 유튜브·인스타그램 등의 저품질 짧은 영상을 무한 시청하며 사고가 정체된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재해석되며 급부상했다. ③ 옥스퍼드 사전은 “이 단어는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됐고, 올 들어 사용 빈도가 전년 대비 230% 급증했다”고 했다. ④ 문제는 손가락질 몇 번으로 뇌가 도파민에 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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