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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 110

김연경, 성실하고 치열하게

① 배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편집, 박진감 넘치는 경기 내용과 치열한 지략 싸움, 깔끔한 경기 중계와 같은 요소들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동안,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고통과 노력과 성장의 서사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선배’ 김연경이 이끌고 있다. ② 인터뷰집 『여자가 사랑한 여자들』(2025)에 수록된 인터뷰에서 김연경은 잃고 싶지 않은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Sicut erat in principio’, 즉 ‘처음과 같이’라는 라틴어 구절을 몸에 새긴 이유이기도 하다. “꿈과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마음. 남을 깔보지 않는 태도. 안주하지 말고 계속해서 나아가자. 자만하지 말자.” ③ 운동선수로서 흔히 가질 법한 목표지만, 김연경이 20년이 넘는 시간..

테크 리더들이 말하지 않는 진실

① “인공지능(AI) 시대에 고용은 어떻게 되나요?” 최근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서 열린 글로벌 기자단 초청 행사에선 이런 질문이 각 프로그램마다 나왔다. 마침 아마존이 “1만40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운영의 75%를 자동화하고, 일자리를 최대 60만개 줄이는 계획을 담은 내부 문서가 보도되기도 했다. ② AI 시대 고용 시장 전망은 테크 리더들이 받는 단골 질문이다. 그들의 답변은 미리 짠 것처럼 비슷하다. 산업혁명 시기나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기술 발전은 업무 생산성을 높여 인간이 더 창의적인 일을 많이 하게 될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AI는 직업을 없애기보다 ‘변화’시킬 뿐이며, AI 보안 같은 분야에서 새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고 덧붙인다. ③ 그러..

'조용한 사직'이 유행하는 이유

① 이 짧은 일화는 일의 의미와 책임감에 대한 세대 간의 현격한 인식 차이를 보여준다. “오늘 할 일은 끝났으니 퇴근”이라는 수련의의 말 속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외에는 선을 긋겠다는 방어적인 태도가 엿보인다.② 이러한 태도는 이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란 이름으로 모든 직업군에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고 있다. 조용한 사직이란, 사직서를 내진 않았지만 마음은 이미 회사를 떠난 상태를 말한다. ‘해고당하지 않을 만큼만 최소한으로 일하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③ 이런 마음은 일상에서도 자주 느낀다. 동네 식당을 가보면 누가 주인이고, 누가 직원인지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손님에게 친절하고 책임감 있게 응대하는 사람은 주인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무심하게 일하고 건성으..

JP 모건 회장 "회의 땐 휴대폰 보지 마라"

①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을 20년 가까이 이끌며 ‘월가의 황제’로 군림해 온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강조하는 스마트폰 사용 철칙이 있다. 일할 때는 휴대전화 알림을 모두 꺼두고 문자메시지도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에게 오는 문자만 알림을 받도록 설정해 뒀다. 낮에 문자를 보내도 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회의 때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않는 것도 다이먼의 원칙이다. “회의 중에는 나와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에 100% 집중한다”고 했다. ② 다이먼 회장은 지난달 열린 여성 리더십 행사에서도 “회의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건 무례하고 시간 낭비”라고 했다. “내 앞에서 이메일을 읽거나 알림을 받는 모습을 보이면 당장 꺼버리라고 ..

정부는 돈을 푸는데, 서민 지갑은 왜 얇아지나

① 잠시 숨을 고르던 코스피지수가 다시 4000을 돌파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다. 집도 주식도 없는 사람은 ‘벼락 거지’가 될까 불안에 떤다. 나만 뒤처질까 불안해지는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다. 열심히 일하며 월급 받아 알뜰하게 살았을 뿐인데 뭐가 잘못된 것일까. 비밀은 인플레이션을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현대 화폐 시스템과 순진한 당신의 재산을 교묘하게 빼앗아 가는 정부 정책에 있다. ②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전반적·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물가가 상승하는 것은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것과 같다.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돈의 양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③ 이런 모순을 해결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또 다른 누군가가 빚을 내 새로운 돈..

사막 위 미술전쟁, 모두가 '중동'으로 가는 이유

① 지금, 세계 미술 시장의 눈은 사막을 향하고 있다.글로벌 양대 아트페어(미술품 장터)로 꼽히는 아트바젤과 프리즈가 나란히 중동으로 진출하면서 내년부터 ‘사막 위 미술 전쟁’이 벌어진다. ② 이로써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프리즈는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 서울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 거점을 중동에서 마련하게 됐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CEO)는 “프리즈의 글로벌 플랫폼을 더해 아부다비의 성취를 전 세계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③ 경매사는 이보다 먼저 중동 시장에 진출했다. 크리스티와 함께 세계 미술품 경매 시장을 대표하는 소더비는 올해 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글로벌 경매를 열었다. 출품작 117점 중 77점이 낙찰되며 1730만달러(약 248억원) 매출을 올렸다.중동 국가들이 그간..

APEC에 드리운 조공외교의 그늘

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재명 대통령이 선물한 금관의 파장이 예상보다 크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방한 관련 영상 4건 중 2건에는 금관 선물을 받는 장면이 담겼다. 집권 2기 첫 아시아 순방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한 질문에 “우리나라가 다시 존중받고 있다”고 했다. ② 미국에선 풍자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에 황금 선물만 한 게 없다는 건 국제사회의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일본은 황금 선물의 원조 격인 국가다.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가까운 친구’로 꼽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16년 황금 골프채를 선물해 황금 선물 경쟁의 서막을 열었다. 이시바 시게..

"더 이상 은퇴는 없다"

① 평생 직장이라는 말이 사어(死語)가 되고 있는 시대다. 정년퇴직을 한다 해도 앞으로 살날이 살아온 날만큼 남았다. 한때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했던 코인과 배당 투자 등으로 재정적 독립을 이뤄 조기 은퇴를 하는 ‘파이어족’ 열풍은 전 직장보다 한 단계 낮춘 재취업이라는 씁쓸한 결과만 많이 만든 채 사라졌다. 지금은 잘하고 원하는 일을 은퇴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노파이어족(영원히 은퇴하지 않는 사람들)’ 시대다. ② 이 PD는 먼저 “나만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자비로 영국 요리학교 르 코르동블루를 졸업했다. 그가 유학을 떠난 건 ‘누들로드’로 성공한 이후였다. 그는 그 성공을 이어 다양한 음식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었지만, 회사에서는 “음식 좀 그만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엉뚱한 생각

① 때론 엉뚱한 생각이 창의력의 불씨가 된다. 그렇다면 창의력을 일으키는 엉뚱한 생각은 어디서 오는가. 역사의 몇 장면을 살펴보자. ② 코페르니쿠스(사진)가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라고 말했을 때, 당시 사람들은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일축했다. 그러나 66년이 지난 뒤 그의 말은 사실로 밝혀졌다. 코페르니쿠스의 ‘엉뚱한’ 생각을 이끈 건 지구중심설 모형에서 지구와 태양의 자리를 서로 맞바꾸면 관측 계산이 더 잘 맞는다는 단순한 영감이었다. ③ 1705년으로 가보자, 영국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1656~1742)는 과거 관측자료를 살피다가 1531년, 1607년, 1682년에 나타난 혜성이 모두 같은 것으로 1758년 혹은 1759년에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엔 혜성을 한번 스쳐 지나..

금융계급제라는 오해

① 주로 금융권에서 사용되지만 ‘신용’이라는 용어가 현대 경제시스템에서 갖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신용 없이는 거래는 물론 시장도 존재하기 어렵다. 경제를 돌리는 혈액 격인 화폐조차 국가 신용에 따라 가치가 좌우된다. ② 신용은 경제 성장의 알파요 오메가이기도 하다. ‘신용 수준이 높아야 성장이 촉진된다’는 명제는 반박 불가다. 의미를 최대로 확장하면, 신용이야말로 현대 경제시스템을 지탱하는 핵심 동력이다. 유발 하라리가 근대와 현대 경제시스템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신용에 대한 입장 차이’를 제시한 배경이다. ③ “한 해 수조원씩 버는 금융권이 금리 좀 깎아준다고 탈 나지 않는다”는 게 대통령 설명이다. 현대 경제시스템에서 신용이 갖는 무게감을 고려하면 당혹스럽다. 핵심 가치를 무너뜨리는 작은 날갯짓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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