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APEC에 드리운 조공외교의 그늘

에도가와 코난 2025. 11. 2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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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재명 대통령이 선물한 금관의 파장이 예상보다 크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방한 관련 영상 4건 중 2건에는 금관 선물을 받는 장면이 담겼다. 집권 2기 첫 아시아 순방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한 질문에 “우리나라가 다시 존중받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선 풍자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에 황금 선물만 한 게 없다는 건 국제사회의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일본은 황금 선물의 원조 격인 국가다.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가까운 친구’로 꼽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16년 황금 골프채를 선물해 황금 선물 경쟁의 서막을 열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총리는 황금 사무라이 투구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는 황금 골프공을 선물했다.

선물만 박했다면 좋았겠지만, 회담 테이블에선 더 인색했다. 외교 소식통은 “집권 2기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은 더 얻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덜 손해 입기 위한 협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강대국 간의 전략경쟁과 자국 우선주의 속에 다자주의와 정의, 인권 등 이상주의의 가면을 내팽개친 외교의 민낯은 힘의 질서를 과시하는 조공외교를 연상케 한다. 더욱이 냉전의 끝자락에 한국과 캐나다, 호주 등이 주축이 돼 다자무역 체제 확산을 위해 창설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강대국 중심의 위계적 국제질서가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드러난 것은 상징적이다.

다자주의가 후퇴하는 흐름은 한두 명의 정치인이 바뀐다고 쉽게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점차 정글을 닮아가는 국제질서 속에서 강자를 상대해야 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의 급소를 찌를 수 있는 실력과 협상력이다. 한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조선(造船)과 반도체 때문 아니었나. 이재명 대통령은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국력을 더 키워야겠다”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강대국의 강압적 질서가 노골화되는 시대, 생존을 위해선 자강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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