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법률보다 효율, 선관위가 이 지경이 된 이유

에도가와 코난 2026. 6. 1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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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158조 3항은 ‘사전투표관리관은, 투표관리관 칸에 자신의 도장을 찍은 후, 선거인에게 교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권자가 신분증을 제출하면 해당 선거구의 투표용지를 즉석에서 발급기로 인쇄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사전투표는 본투표와 똑같은 방식이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사전투표가 처음 시행된 2014년 지방선거 때부터 지금까지 이 법 조항은 그대로다. 그런데 법 시행에 맞춰 선관위는 ‘사전투표관리관의 도장 날인을 인쇄 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는 자체 규칙을 만들었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의 규칙 제정은 국회 본회의나 국무회의 의결 같은 절차가 필요 없다.

 하지만 선관위는 본투표와 달리 사전투표 땐 도장을 찍지 않고 인쇄 날인을 했다. 도장을 하나씩 찍게 되면 유권자의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지고, 결국 유권자의 불편이 가중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실상은 선관위가 선거 관리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하려는 의중이 숨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직접 도장을 찍으라는 법 조항은 아무도 지키지 않게 됐다. 이 정도 되면 규칙이 법률을 보완하는 게 아니라 무력화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무리 선관위가 선거법에 대한 해석권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법대로 하지 않는 게 당연시되진 않는다. 상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하위 규칙이 법률이 정한 범위를 넘어서게 되면 소송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7년과 2022년 대통령 선거, 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 때 이 규칙이 소송 대상이 된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때 전국적으로 91곳의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도 효율성 앞에 공정을, 그리고 법률을 희생시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엔 투표용지는 하루 전에 시도 선관위로부터 읍면동 선관위에 전달되어야 하고, 투표용지의 일련번호도 인쇄되어야 한다. 선택 사항이 아니라 의무 조항이다. 투표용지 바꿔치기 같은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이 법 조항을 곧이곧대로 지키려고 했다면 투표용지를 넘치게 준비하는 것 외엔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투표일에 투표용지를 추가 공급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헌법 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되어 있는데, 선거 사무는 당연히 입법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 법률에서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수많은 시나리오가 현실에서 발생하고 이런 공백을 선관위의 규칙으로, 때로는 유권해석으로 채워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선관위는 법 개정에는 손을 놓고, 선관위의 해석을 규칙보다, 규칙을 법률보다 앞세웠던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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