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월세를 어떻게 구하지. 작년 것부터 못 냈는데.”
뮤지컬 ‘렌트’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아픔과 사랑을 그리며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거머쥔 명작이다. 월세(렌트비)가 밀려 있는 싱어송라이터 로저와 영화감독 지망생 마크를 중심으로 무용수, 드러머, 공연 기획자들이 뮤지컬을 이끈다. 30년 전 작품이지만 올해 2월 서울 공연도 대성황이었다. 가을에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와 함께 세계 뮤지컬 산업의 양대 산맥 가운데 한 곳인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새로운 버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② 그런데 ‘렌트’의 등장인물들은 왜 뉴욕에 살까. 월세는커녕 난방비조차 버거운 형편이면서 왜 기어이 땅값 비싼 뉴욕에 매달리냐는 것이다. 뉴요커라는 간판이 없으면 예술이 안 되나.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도 그렇다. 젊은 화가 지망생들은 뉴욕 맨해튼의 달동네 그리니치빌리지에 다닥다닥 모여 살았다. 폐렴 약값 한 푼 벌지 못하면서 굳이 뉴욕에 살았다.
③ 국가균형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헌법적 가치로 정치권의 움직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법안 취지대로 예술 분야에서 국가대표급 재능을 갖춘 학생 4400여 명이 광주로 내려가 준다면 문화 격차 해소에 기대를 걸어볼 만할 것이다. 하지만 한예종을 국가균형발전의 주춧돌로 쓸 수 있는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한예종이 서울을 벗어나서도 지금과 같은 존재감을 유지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④ 한예종 학생들은 학교가 서울에 있는 덕분에 세계적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손쉽게 만난다. 서울에서는 오디션 기회가 많고, 전공과 관련한 아르바이트 자리 역시 많다. 서울의 예술 토대를 십분 활용한 것이 지금의 한예종이다.
⑤ 굳이 한예종 설치법을 만들겠다면 법안의 제1조를 깊이 고민해주기를 바란다. “이 법은 예술 영재 발굴 및 체계적인 예술 교육을 통한 세계적 수준의 창조적 전문예술인 양성을 위하여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설치하고 그 운영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한국 예술의 지속적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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