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빠른 확산으로 생산성 혁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악화하는 한국에서는 AI가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하고 성장잠재력 하락을 막아줄 것이라는 낙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최근 한국은행 보고서는 중요한 경고를 던진다. AI 활용은 업무시간을 줄였지만, 절약된 시간이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개별 작업의 효율은 높아졌으나 업무 흐름의 개선, 조직 구조 변화, 인력 재배치로 확장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② 반도체와 주식시장 중심 호황은 고용·소비 파급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문제는 기술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기술의 성과가 경제 전체로 확산하는 경로가 막혀 있다는 데 있다.
③ 한국은 흔히 무한경쟁 사회로 묘사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경쟁이 그토록 치열한데도 생산성은 낮다는 사실이다. 경쟁의 순기능이 효율성 향상이라면, 왜 우리는 더 많이 경쟁하면서도 더 생산적인 사회가 되지 못했을까. 필자는 그 이유가 한국의 경쟁이 경쟁하지 않기 위한 경쟁이 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④ AI는 이 낡은 구조를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AI가 생산성을 높이려면 단순히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절약된 시간을 새로운 업무, 고객, 상품, 시장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무를 재설계하고, 성과에 따라 보상하며, 노동자가 생애 전반에 걸쳐 다시 배우고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청년에게는 첫 직장이 평생을 결정하지 않도록 다양한 진입 경로와 경력 축적 기회를 열어줘야 하고, 중장년에게는 기존 직무를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⑤ AI는 한국 경제의 생산성 정체를 풀 중요한 기회다. 그러나 경쟁하지 않기 위한 경쟁, 이동이 막힌 노동시장, 안주를 유도하는 기업 생태계가 그대로라면 AI는 더 빠른 보고서와 편리한 검색 도구에 머물 것이다. 생산성 혁명의 마지막 퍼즐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절약된 시간을 새로운 가치 창출로 바꾸는 노동시장 개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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