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는 그의 저서 <내러티브 경제학>에서 전염병처럼 번지는 ‘이야기’가 어떻게 경제적 사건을 추진하는지 입증했다. 바이러스가 인간의 신체를 감염시키듯, 잘 짜인 내러티브는 대중의 뇌리에 침투해 주가, 부동산, 나아가 거시경제의 흐름까지 바꾼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숫자가 아닌 서사가 시장 가치를 결정하는 ‘픽션 노믹스(Fictionomics)’의 시대다.
② 첫째, 기업의 재무제표만큼이나 ‘서사 자본(Narrative Capital)’을 측정하고 축적해야 한다. 과거의 기업 가치는 주로 자산, 매출, 현금흐름 같은 물리적 지표로 평가받았다. 디지털 소통이 빛의 속도로 이뤄지는 현대 시장에서 대중이 기업에 부여하는 서사는 그 자체로 강력한 무형자산이 된다.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매력적인 내러티브가 결여된 기업은 매력 없는 ‘백서’에 불과하며, 대중의 기억에서 쉽게 잊힌다.
③ 둘째, 실적과 내러티브의 간극을 관리하는 ‘내러티브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필수적이다. 최근 유리 기판이나 광통신 관련 주가가 미래의 가치를 선반영하며 폭등하는 현상은 시장이 새로운 기술적 서사에 얼마나 굶주려 있는지를 보여준다.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은 성장 기업의 특권이지만, 현실의 실적이 서사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하는 낙차는 치명적이다. 픽션 노믹스의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때는 대중이 ‘속았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리더는 대중과 투자자가 품고 있는 환상의 크기를 영리하게 조율해야 한다.
④ 셋째, 가짜 뉴스와 딥페이크 등 내러티브의 무기화에 대응하는 ‘방어적 스토리텔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은 누구나 정교한 허구를 순식간에 만들어 유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경쟁사나 악의적 세력이 조작한 단 한 줄의 부정적 서사가 기업의 평판을 무너뜨리고 시가총액을 증발시키는 일이 실제로 빈번하게 일어난다. 소문과 왜곡이 전염병처럼 번질 때, 통상적인 해명 보도자료와 사후 대처는 무력하다. 리더는 위기 상황에서 대중의 감정에 공감하고 논리적 오류를 단숨에 뒤집을 수 있는 강력한 ‘반박 서사’를 즉각 가동할 수 있어야 한다.
⑤ 결론적으로, 픽션 노믹스는 기업에 허황된 거짓말을 하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가치와 본질을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해내는 지혜로운 경영을 의미한다. 숫자는 차갑고 딱딱하지만, 이야기는 따뜻하고 전염성이 강하다. 위대한 리더는 숫자를 나열해 사람을 설득하려고 하지 않고, 가슴을 뛰게 하는 서사로 사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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