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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5 5

침팬지 이름을 부른다는 것

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이 구절처럼 제인 구달에게 침팬지는 단순히 숫자와 기호로 부르는 연구 대상이 아니었다. 1960년대 초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에서 구달은 몇 년 동안 침팬지를 관찰하며 한 마리 한 마리 이름을 붙였다. ② 각 존재의 고유 성격과 이야기를 담은 창이었다. 이름을 부르는 것은 그 세계로 스며들며 관계를 맺는 일이었다. 세심한 관찰과 이해의 시작이었다. ③ 그녀는 침팬지 사회의 숨은 차원을 기록하고 드러냈다. 도구를 사용한 순간, 나무 막대로 흰개미를 잡고 돌과 풀로 먹이를 얻는 손길을 바라보며 구달은 인간만의 능력으로 여겼던 행동이 유인원에게도 있음을 깨달았다. 또 수컷의 힘과 공격성에 따른 서열 경쟁, 암컷의 자손 보호..

"불편한 진실도 말하라" 20년째 JP모건 이끄는 '월가 황제'

① 위대한 리더는 진실을 말하는 이를 곁에 둔다. 시가총액 기준(8270억 달러·약 1178조 원) 세계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 제이미 다이먼은 한술 더 뜬다. “주변의 10명 중 진실을 말하는 이가 한 명이라면 나머지 9명은 해고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면 어떤 사업도 살아남을 수 없다. 지휘부는 직원들의 적이 된다.” ② 2005년 JP모건체이스의 CEO로 취임한 다이먼은 월가에서 드물게 2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재임 기간 기업가치를 10배 이상으로 성장시키며 씨티그룹을 제치고 세계 최대 가치의 금융제국을 만들었다.③ 다이먼은 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뛰어난 경영감각을 보였다. 서로 다른 조직이 하나의 기업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조직의 언어..

금융과 스테이블코인의 만남

① 우리가 비트코인이라는 가상자산을 처음 만난 때는 2008년, 나카모토 사토시가 발표한 논문(Bitcoin: A Peer to peer Electronic Cash System)을 통해서다. 블록체인이라는 개념도 이때 처음 쓰였다. 이제는 우리에게 이런 용어들이 꽤 익숙해졌다.② 우리는 블록체인이 기술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잘 몰라도 가상자산에 투자하면서 기존 주식 거래의 비효율성을 체험했다.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즉시 인출할 수 있는 가상자산을 주식보다 먼저 경험한 젊은 세대들은 기존 주식 거래 방식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진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경 간 송금이나 대금 결제는 물론이고 일상생활 상품 구매에도 쓰이고 있다. ③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전면에 부상했다...

트럼프와 한몸이 된 미국 빅테크

① “샌프란시스코 주방위군 배치에 전적으로 찬성합니다.”세계적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정말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② 인터뷰가 공개되자 그간 베니오프 CEO를 우군으로 여긴 이들은 “뺨 맞았다”는 반응이다. 베니오프 CEO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친민주당 기업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후원하고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 자금 모금 행사를 자신의 저택에서 마련했을 정도다.③ 일각에서는 세일즈포스가 미국 행정부와 대형 계약을 체결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수년째 미 정부와 협업해 온 세일즈포스는..

'생각의 가을'에 이르러

① “내 청춘은 간간이 밝은 햇살에 뚫렸더라도 기껏해야 컴컴한 폭풍우였네.”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시 ‘적(敵)에서 젊은 시절을 여름에 비유했다. 태양의 계절이었지만, 주로 폭풍과 폭우에 시달렸다고 했다. ‘컴컴한 폭풍우’는 시집 ‘악의 꽃’과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을 남긴 시인의 질풍노도 시절이었다. ② 이어서 보들레르는 “어느덧 나는 생각의 가을에 닿았네”라고 노래했다. 그의 어조는 마치 청춘의 풍랑을 헤치고 나서 항구에 이르렀다는 느낌을 던졌다. ③ 가을은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쇠락과 조락 아니면 성숙과 수확. 보들레르에게 ‘생각의 가을’은 청춘의 열정이 식어버린 영혼을 가리켰다. 더는 시상(詩想)을 왕성하게 떠올릴 수 없다고 탄식했다. 시간 때문이었다. 시의 제목 ‘적’은 인간의 노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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