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종이는 어딘가 우아한 느낌을 준다. 그것이 인간의 문명을 기록과 전파라는 행위를 통해 가능하게 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 활용을 위한 산림 훼손 같은, 종이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숨겨져 있는 인간의 비정함이 보인다. 인간의 문명은 어쩌면 생존과 편리를 위해 무언가를 파괴하는 데서부터 시작된 게 아니던가. ② ‘어쩔수가없다’의 주인공인 만수(이병헌 분)가 25년을 일하다 정리해고된 회사가 하필 제지회사라는 건 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그는 어떻게든 같은 분야에 재취업하려 ‘전쟁’을 벌이고, 자신이 면접 본 회사에서 3순위라는 걸 알고는 앞선 두 사람을 제거하려는 엉뚱한 결심을 하게 된다.③ 당연히 이 이야기는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그 서사에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뭐든 변명이 되는 경쟁 사회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