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이 구절처럼 제인 구달에게 침팬지는 단순히 숫자와 기호로 부르는 연구 대상이 아니었다. 1960년대 초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에서 구달은 몇 년 동안 침팬지를 관찰하며 한 마리 한 마리 이름을 붙였다.
② 각 존재의 고유 성격과 이야기를 담은 창이었다. 이름을 부르는 것은 그 세계로 스며들며 관계를 맺는 일이었다. 세심한 관찰과 이해의 시작이었다.
③ 그녀는 침팬지 사회의 숨은 차원을 기록하고 드러냈다. 도구를 사용한 순간, 나무 막대로 흰개미를 잡고 돌과 풀로 먹이를 얻는 손길을 바라보며 구달은 인간만의 능력으로 여겼던 행동이 유인원에게도 있음을 깨달았다. 또 수컷의 힘과 공격성에 따른 서열 경쟁, 암컷의 자손 보호와 동료 연대 속 사회적 서사를 관찰했다. 또한 호기심 많고 장난기 많은 침팬지, 신중하고 내성적인 침팬지, 공격적인 침팬지까지, 그녀는 개체마다 다른 삶의 방식을 기록했다. 이들이 맺는 관계와 사회 조직은 인간 사회만큼 복잡했다. 이름을 짓고 부르는 일은 곧 각 존재의 고유성을 인정하는 출발점이었다.
④ 대학 학위도 없던 구달을 후원한 고고학자 루이스 리키는 구달의 발견을 접하고 “이제 우리는 ‘도구’의 정의를 다시 해야 하거나, ‘인간’의 정의를 다시 해야 하거나,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논평했다. 구달의 연구가 지닌 학문적·철학적 의미가 과학계에서 높게 평가받는 순간이었다.
⑤ 이제 우리는 이름을 부른다는 행위가 단순한 명명 이상임을 안다. 이는 관찰자와 관찰 대상의 거리를 좁히며 인간과 동물 관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방법론이었다. 이름은 공감, 이해, 학문적 혁신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였다. 제인 구달은 작고했지만 그녀가 연 동물과 자연환경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21세기 상식이 돼 우리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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