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이 세상이 책을 외면한다고 해서 지구의 종말이라도 다가올 것처럼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책 읽는 사람은 인류 역사상 언제나 소수였다. 그래도 책 읽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유튜브 쇼츠 시청 증가보다는 반가운 일이다. 좋은 책을 좀 더 많은 사람이 읽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이번 학기에 ‘사회과학 고전읽기’라는 과목을 ‘용감하게’ 열었다. 대학에서 강좌 하나를 개설하면서 “용감하게 열었다”고 요란하게 표현한 이유는 불과 몇 해 전 수강생 미달로 폐강된 쓰라린 기억 때문이다. 이미 망한 이력이 있는 강의를 단순 반복할 수는 없는 법! 신메뉴를 추가했다. 신메뉴의 치트키는 ‘생성형 AI 활용 책 읽기’였다.
② 이제 사람이 쓴 글보다 인공지능이 쓴 글을 더 많이 읽는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독서법이 싫든 좋든 바뀌어야만 독서는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생성형 AI를 독서의 도구로 삼는 고전 읽기는 낯선 방법이었지만, 수강생과 함께 새 길을 개척해보자고 다짐하며 개강을 맞이했다.
③ 단 한 권의 책이라도 완독하여 독서 자체가 낯선 세대에게 지식이 전수되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방법인 독서를 자신의 경험으로 만드는 것, 그것을 강의목표로 삼았다. 생성형 AI가 독서의 방해요소가 아니라 독서를 돕는 도구가 될 수도 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바람도 품고 있었다.
④ 프랑스 혁명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를 읽어낼 수는 없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어내려면 그가 살아냈던 당대의 피렌체 정세를 알아야 한다. 고전 읽기는 역사적 배경의 다름으로 인해 생기는 허들을 뛰어넘어야 성공할 수 있다. 허들을 넘을 수 있는 유일한 ‘치트키’는 배경지식 확보다. 우리는 강의에서 생성형 AI를 배경지식 확보라는 허들을 넘는 도구로 사용했다.
⑤ 다시 깨달았다. 독서의 방법을 끊임없이 혁신한다면 독서라는 행위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마지막 강의 시간엔 한 학기 동안 이 낯선 실험에 용감하게 함께 해준 경제정치사회융합학부 ‘사회과학 고전읽기’ 수강생들에게 깊이 감사의 뜻을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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