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미국은 전쟁을 자주 해 온 나라다. 그런데 이번 전쟁은 기이하다. 시작부터 그렇다. 베트남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스스로 만든 개전 조건, 즉 와인버거-파월 독트린에 들어맞지 않았다. 목표는 계속 바뀌었고, 반전 여론도 높았다. 전쟁 비용 및 위험도 평가도, 출구전략도 불명확했다. 4월 7일 뉴욕타임스 보도가 맞다면 백악관 내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이 먹힌 셈이다. 기사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과 루비오 국무장관, 래드클리프 CIA 국장은 이란 정권교체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의 이란 체제 붕괴 낙관론에 손을 들어주었다.
② 전황도 이례적이다. 21세기 미국이 벌인 두 전쟁, 즉 이라크에서는 3주 만에, 아프가니스탄에서는 38일 만에 각각 수도를 점령하고 정권을 교체했다. 이후 친미 정권을 세웠다. 올 1월 베네수엘라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고 무혈 입성하다시피 정권을 바꾸었다. 그러나 이란에서는 여전히 신정 공화국이 유지되고 있다. 개전 첫날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체제 핵심 인사 40여 명을 순식간에 제거했다. AI 기반 참수 작전의 백미였다.
③ 이 정도 되면 이란 정권은 무너지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체제는 굳건해 보인다. 지도부를 계속 제거해도 대체된 후임자들이 즉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참수 작전이 먹히지 않는 것은 이란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모자이크 방어전략’ 때문이다. 지도부 유고 시 예정된 인사로 즉시 투입되는 준비 태세와, 지역 단위로 위임된 자율 방어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 지상군 투입 전면전이 부담스러운 미국으로선 참수 작전이 먹히지 않으면 대안이 마땅치 않다.
④ 후폭풍도 거세다. 특히 동맹이 흔들린다. 미국 혼자 싸우다시피 하고 있다. 일단 전쟁을 시작하면 동맹을 규합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은 전쟁 중 우방을 타박했고 나토 주요국, 심지어 영국과 척지기까지 했다. 스페인의 미 공군기 영공통과 거부는 충격적이었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중동 우방국들의 불만도 만만찮다. 이란을 간신히 달래가며 눌러오고 있었는데 급작스럽게 전쟁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특히 미군 기지를 유치해 안전을 확보하려던 걸프 왕정국가들은 오히려 이란의 공격 목표가 됨에 따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⑤ 반면 경쟁국이 유리해지는 역설도 특이하다. 러시아가 최대 수혜자다. 중동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집중력이 떨어진 상황이 나쁘지 않다. 특히 미국과 나토의 균열이 반갑다. 이란에 대한 예방전쟁 논란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국제법 위반 질타 부담을 덜었다. 제재 명분이 약화돼 일시적이나마 러시아산 원유의 수출 금지도 풀렸고, 호르무즈 봉쇄 고유가로 이익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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