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요즘 가족이나 친구 대신 인공지능(AI)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고 한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012명 대상 설문에서 응답자의 38%가 ‘AI와 정신건강 상담을 해봤다’고 답했다. 특히 15∼19세(55%), 20∼29세(46%), 월 소득 300만 원 미만(47%) 등 나이가 어리고 소득이 적을수록 AI 상담이 많았다. 낙인 우려와 비용 부담이 적다는 게 이들이 AI에게 공감과 조언을 구하는 이유다.
② AI 상담은 분명 순작용이 있다. 병원이나 상담 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마음이 힘들 때면 언제 어디서나 조언을 구할 수 있다. 새벽 2시 갑자기 찾아온 우울과 불안을 달래 주는 친구가 돼 준다. 이때 자신이 처한 상황과 기분을 글로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잠시 호전되기도 한다. 일종의 ‘감정 쓰레기통’ 효과다. 정신건강 전문가들도 AI를 잘 활용하면 위험군을 조기에 발굴하고 치료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③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AI의 대화 메커니즘이다. AI는 사용자의 의견이나 감정에 지나치게 동조하는 ‘아첨 성향’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용자의 기분을 맞춰 주는 데 최적화돼 있어 잘못된 판단이나 감정에 공감하거나 맞장구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공감과 지지는 당장은 위안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왜곡된 망상적 신념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④ AI의 ‘가짜 공감’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고립에 빠지기 쉽다. 가족과 친구 등 일상의 관계가 단절되고 독서, 운동, 명상 등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활동도 멀리한다. 진료실에는 AI의 답변과 비교해 의사 처방을 거부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⑤ “AI는 구조적으로 ‘가짜 공감’을 양산할 위험이 가장 큰 존재입니다. AI는 공감처럼 보이는 문장 구조를 계산하고 출력할 뿐입니다. 이에 익숙해지면 현실의 복잡한 인간관계를 기피하고 입맛에 맞는 AI 세계로 숨는 ‘정서적 고립’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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