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이재명 대통령이 종종 쓰는 말 중에 ‘1억 개의 눈, 1억 개의 귀’가 있다. 여기에 ‘5000만 개의 입’도 더하는데, 바로 대한민국 국민 5000만 명의 신체를 빌린, ‘민심’의 비유적 표현이다.
② “국민은 언제나 1억 개의 눈과 귀, 5000만 개 입으로 듣고 보고 소통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훨씬 더 공리적으로 판단하고, 훨씬 더 합리적이라는 것을 점점 확신해 가는 과정입니다.”
③ 이 대통령은 “국민은 집단지성체”라는 표현도 ‘1억 개의 눈과 귀’에 뒤에 종종 붙여 왔다. 게다가 “대통령, 국회 순으로 권력이 있는 게 아니라 1번이 국민 권력이고 그다음에 선출권력, 임명권력이 있다”고 했으니, 현 정부를 ‘국민주권 정부’로 이름 매겨도 이상할 게 하나 없다.
④ 하지만 법철학자 함재학은 “‘국민’은 헌법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추상적 개념이고, 구체적으로 한 자리에 절대 모일 수 없다”고 했다. 토크빌은 “전체로서의 국민이 모든 주권을 갖지만 사실상 개개 국민은 한 떼의 소심하고 일 잘하는 가축”이라고 평했다. 이런 시각에 따르면 ‘국민주권’은 성립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1억 개의 눈과 귀’를 다시 쓰면서 민심의 무서움을 표현했다. 한데, 곧바로 선거 결과를 만든 민심과는 달리 공소 취소에 힘을 싣고 기존 부동산 정책에 그린라이트를 다시 켰다. 더 많이 알고, 더 공리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앞뒤가 안 맞아 냄새가 좀 이상한데, 어쩌면 이 대통령이 ‘5000만 개의 코’를 쓰지 않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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