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서울 강남구의 직장인 정모(35)씨는 지난 3일 교육감 투표용지를 받고 기표소 안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다른 투표용지에는 정당명이나 기호가 있었지만, 교육감 용지에는 낯선 8명의 후보 이름만 나열돼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무도 기표하지 못한 채 투표함에 넣었다.
②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정씨처럼 후보를 선택하지 않았거나 제대로 기표하지 못해 무효 처리된 표가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100만표를 넘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일 오후 3시 기준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 무효표가 108만7120표로 집계됐다. 2022년 선거 때(90만3227표)보다 18만3893표 늘었다. 함께 치른 시·도지사 선거의 무효표(43만3975표)보다 2.5배 많다. 후보 이름만 보고 투표하는 교육감 선거의 ‘깜깜이’ 문제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③ 다른 선거에 비해 후보 인지도가 낮은 교육감 선거에서 무효표가 유독 많다. 게다가 후보의 정당 공천이 금지돼 있고 기호도 없어 상당수 유권자에겐 투표용지의 이름만 보고 투표하는 상황이다. 무효는 투표용지를 냈지만 아무도 찍지 않았거나 제대로 기표하지 않아 표로 인정되지 않은 경우로, 아예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기권과는 다르다.
④ 이번 서울교육감 후보는 모두 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현직인 정근식 당선인은 30.3%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역대 서울교육감 당선인 중 가장 낮은 득표율이다. 득표수 하위 3명은 각각 무효표보다도 적은 표를 얻었다. 서울 성동구의 직장인 윤모(38)씨는 “교육감은 정말 아예 몰라서 이름을 보고 성씨가 같은 사람한테 투표하려다가 관뒀다”며 “지금까지도 누가 진짜 보수 단일후보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⑤ 전문가들은 ‘깜깜이 선거’가 반복되는 배경에 낮은 관심도와 진영화된 선거 구조가 함께 놓여 있다고 본다. 유권자는 후보를 잘 모른 채 투표소에 들어가고, 선거 결과는 교육정책 평가보다 정치적 지형에 좌우되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감 선거가 국민의 실생활 이슈로 크게 부각되지 못하다 보니 관심이 낮고, 결국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도 “교육감 선거 결과가 교육정책의 성공과 실패보다 정치적 지형에 따라 좌우되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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