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박물지』나 『설문』 같은 중국의 고전에는 요(堯)임금이 어리석은 아들 단주(丹朱)를 가르치기 위해 바둑을 만들었다는 글귀가 나온다. 바둑의 기원에 대한 대략 4300년 전의 기록이다. 전설인지 사실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이 글귀는 바둑의 힘겨운 운명을 느끼게 해준다. 자고로 자식을 가르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가.
② 요임금은 아들 단주 대신 순(舜)에게 왕 자리를 물려준다. 세상은 평화롭고 누구도 권력을 탐하지 않는 화평의 시대가 이어진다. 이리하여 ‘요순시대’라는 네 글자는 태평성대와 이상 사회를 상징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③ 멀리 칠레에 사는 소설가 벵하민 라바투트가 쓴 『매니악(MANIAC)』에 요임금과 그의 아들 단주의 이야기가 나온다. 라바투트는 아주 이상한 상상을 한다. 요임금은 선(善)이고 그의 아들 단주는 악(惡)이다. 요임금은 아들을 가르치고자 바둑을 만들고 승부를 청한다. 선악이 대결한다.
④ 저자는 왜 까마득히 먼 옛날이야기, 그러니까 요임금과 단주의 이야기를 들고 나왔을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학문인 물리학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임인 바둑이 통한다고 생각했을까. 천재 물리학자들은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을 만들었다. 후회와 고통이 뒤를 잇는다. 이 가공할 물건들은 선인가 악인가. 그 갈등을 지켜보며 요임금과 단주의 승부를 떠올렸을까.
⑤ 바둑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후 소박하지만 좋은 영향을 미쳐왔다. 인내와 끈기, 욕심의 절제, 균형과 조화, 패배를 받아들이는 용기 등 바둑이 함축한 수많은 덕목들은 짧은 인생에서 많은 도움을 주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덕목들은 점차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다. 세상은 그것들을 힐끗 곁눈으로 바라보고는 어디론가 질주한다.

'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올해 노벨은 어떤 책에 꽂힐까 (0) | 2025.10.13 |
|---|---|
| 비겁한 변명, "어쩔 수가 없다" (2) | 2025.10.10 |
| 1700조원 빨아들인 AI "기술혁신 뉴노멀" "닷컴버블때 같다" (1) | 2025.10.10 |
| "AI랠리 속 금리인하 땐 골디락스 온다" (0) | 2025.10.10 |
| 오토바이 타던 여대생, 일본서 드문 비세습 총리 오른다 (0) | 2025.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