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차라리 다 버리고 고전을 읽자

에도가와 코난 2026. 6. 1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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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뛰어놀던 서울 쌍문동을 찾아갔다.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 친구와 구슬치기하던 골목은 흔적도 없고 모두 아파트 단지다. 서울 생활 다 비슷하지 않으냐고 되물을지 모른다. 옛집과 놀이터가 사라져버린 풍경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추억을 품고 있던 공간이 지상에서 영영 소멸했다는 것. 과연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일일까.

최근 작가의 경북 김천 고향집에 책방이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 책방 이름은 ‘뉴욕제과점’. 문득 25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계간 ‘문학동네’ 2002년 봄호 주인공은 젊은 작가 김연수였다. 문예지 읽는 사람이 극히 드문 요즘이지만, 내 책장 한편에는 여전히 손때 묻은 계간지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때 실린 작가의 자전 소설 제목이 ‘뉴욕제과점’. 작가의 부모가 1960년대 김천역 앞에서 개업한 실제 빵집 이름이다.

고전은 시간을 이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소설가 김애란이 13년 전 ‘침묵의 미래’로 이상문학상을 받았을 때다. 당시 32세로 역대 최연소 수상 작가였는데, ‘최연소’의 소감을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가장 젊은 작품은 가장 오래 살아남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100년 전 고전을 읽다 보면 이 소설을 쓴 선배는 얼마나 젊길래 백 살이나 어린 나랑 이토록 말이 통할까 신기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계속 젊은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문주 감독의 카메라는 시류나 유행을 뒤쫓는 대신, 시간의 풍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인간 본연의 딜레마를 건드린다. ‘피요르드’로 두 번째 칸 황금종려상을 받은 직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상을 받은 것은 기쁘지만, 진짜 좋은 영화로 인정받으려면 10년 혹은 20년 후 ‘시간의 시험’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당대에도 물론 좋은 작품이 있다. 하지만 대충 만든 ‘넷플릭스’ 콘텐츠에 속아 시간을 낭비할 때면, 차라리 다 버리고 고전을 다시 읽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가 아니어도 좋다. 누구나 가슴속에 자신만의 고전 하나쯤은 있을 테니까. 우리는 모두 죽는다. 그 사실은 가차 없다. 시간을 이기는 인간은 없기 때문이다. 100년 뒤엔 이 시대의 소음과 잡음은 물론 우리까지 안개처럼 소멸하겠지만, 진짜 예술만은 살아남을 것이다. 지금 고전을 다시 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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