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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부상당한 남자’(1844∼1854·사진)는 귀스타브 쿠르베가 25세 때 처음 그린 자화상이다.
② 그를 다치게 한 건 다름 아닌 화면 왼쪽에 놓인 자신의 칼이다. 칼의 손잡이 모양은 뒤집어진 C자 형태로 이는 쿠르베(Courbet) 이름의 첫 글자를 의미한다. 상처 입은 그의 표정과 모습은 화살과 곤봉을 맞아 순교한 성 세바스티아누스의 도상을 참조했다. 그러니까 화가는 자신을 순교 성인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③ 쿠르베는 지금 만족스럽지 못한 자신의 붓(그림)에 상처 입고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다친 남자의 머리와 상체는 잎이 무성한 나무에 기대어 있다.
④ 여인을 지우고 칼을 추가했다는 건, 사랑보다 예술을 택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⑤ 누구에게나 못난 면과 잘난 면이 있다. 쿠르베는 화가로 성공하지 못하고 사랑에도 실패한 자신을 스스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었을 터. 어쩌면 이 자화상은 못난 과거를 잊고 혁신적인 예술을 통해 낭만적이면서도 영웅적인 남자로 거듭나고픈 욕망을 담은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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