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관악산 등산객이 두세 배로 늘었다고 한다. 20·30대 젊은 방문객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올해 초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 역술인이 운이 안 풀리면 관악산에 가라고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점집에도 젊은 손님이 붐빈다고 전해진다. 인공지능(AI)으로 사주를 보는 것은 물론이다.
② 현대는 능력주의 사회다. 전근대 사회의 세습주의와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크든 작든 무언가 성취한 사람은 대개 그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성공과 성취는 대부분 그에 상응하는 노력의 결과다. 하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실력과 노력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③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다. 이탈리아 카타니아대 연구진은 2018년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한 ‘재능 대 운: 성공과 실패에서 우연의 역할’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1000명의 가상 인물에게 동일한 초기 자본을 주고 40년 동안 살도록 했다. 이들의 재능은 정규 분포를 따랐고 행운 이벤트와 불운 이벤트를 무작위로 만났다. 시뮬레이션 결과 최고로 성공한 사람은 재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다. 평균보다 약간 뛰어나지만, 운이 아주 좋았던 사람이 가장 크게 성공했다.
④ ‘부모 뽑기’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운이 안 따른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면 ‘나라 뽑기’는 기가 막히게 잘한 것이다. 한국에서 중위소득만 돼도 세계적으로는 상위 10%에 넉넉하게 들어간다. 세계은행 출신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태어난 나라가 평생 소득의 절반 이상을 결정한다고 분석했다.
⑤ 운의 역할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두 가지 메시지를 전한다. 지금 가진 것이 오롯이 내가 잘나서 얻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만큼 겸손할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는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점이다. 보잘것없는 성취조차 행운의 결과일 수 있다. 누가 아는가. 작은 행운에도 감사하다 보면 언젠가 더 큰 행운이 찾아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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