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말이 해변을 달리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고삐도 안장도 없이 철썩이는 파도를 곁에 둔 채 바닷바람을 가르며 전력으로 달리는 말의 모습에 넋을 빼앗겼다. 아름다움의 속성을 모두 모아놓은 것 같았다. 힘, 속도, 유연함, 우아함, 그리고 달린다는 사실 그 자체 외에 어떤 의도도 느껴지지 않는 무목적성까지. 말의 질주는 순정했다. 2026년은 병오(丙午)년으로 ‘붉은 말의 해’다. ‘불의 기운이 가장 강해지는 해’, ‘에너지가 극단에 이르는 해’로 풀이된다. 붉은 갈기를 휘날리며 내달리는 말의 모습을 떠올리면, 2026년 우리는 각자의 무기를 들고 다짜고짜 ‘돌격, 앞으로!’ 해야 할 것 같다.
② 말은 달릴 때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머뭇거림이 전혀 없다. 목을 곧추세운 채 뒷발로 땅을 밀어내고 앞발로 땅을 끌어당기면서 돌진한다. 오로지 앞으로 뻗어나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생명체. 문명사에서 소와 말의 운명이 그렇게 나뉘었다. 정주하는 소와 이주하는 말. 문명의 깊이는 소가 만들었고, 문명의 넓이는 말이 확장했다.
③ 제주도에 가면 ‘마레숲(말의 숲)’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버려진 말들의 보호 센터 역할을 하는데, 주로 은퇴한 경주마들이 그곳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경주마들은 보통 2~5세 때 가장 빠르다. 저 나이대가 지나면 경주에서 물러난 후 승마나 번식, 전시용 말로 살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식용으로 도축된다.
④ 최근 유행하는 러닝 문화를 다룬 기사에서 개와 말과 인간의 달리기 경주에서 인간이 이길 수 있는 조건에 관해 쓴 내용을 읽었다. 그 조건은 뜨거운 날씨와 장거리 경주였다. 이유는 다른 포유류와 달리 인간은 털이 적고 피부 곳곳에 땀 분비선이 있어 열 방출이 쉽고, 다리 근육에 피로를 잘 견디는 지근섬유가 다량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⑤ 인간은 빨리 달리기보다 오래달리기에 특화된 종족이다.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으면서 달릴 때 우리는 더 오래, 결과적으로는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그러나 빨리 달리고, 오래 달리는 것보다 더 좋은 건 달리기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다. 말의 아름다움은 그때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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