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다시 읽는다. 널리 알려진 소설의 내용을 소개하자면, 가난 때문에 학업을 중단한 법학도 라스콜니코프가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다. 사회에 아무 이득도 못 되면서 가난한 사람 피만 빠는 이[蝨] 같은 존재를 없애 그 돈으로 다수를 구한다는 ‘정의로운’ 목적에서다. 그러나 그는 전당포 주인을 죽이고도 정작 돈은 취하지 않는다. 돈은 목표가 아니었고, 대신 그에게는 언젠가부터 품어온 사상이 있다. 인간은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 두 부류로 나뉘는데, 비범한 사람은 죄를 범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도끼로 노파를 내려친 것은 자신에게도 그 권리가 있는지 없는지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② 죄는 근본적으로 선(線)을 ‘넘는’ 행위다. 그 ‘선’을 사회제도로 획정하면 사법이 되고, 인간의 도리로 규정하면 윤리가 된다. 마음속에 그어놓은 준엄한 선이 양심이다. 모든 죄 중에서도 가장 용서받지 못할 죄가 양심을 벗어나는 일이라고 평범한 사람들은 생각한다. 넘지 말아야 할 선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 있기에, 일상생활에서도 어느 지점에서는 멈추고 삼갈 줄 아는 것이 정상이다.
③ 오직 자기 자신이 선악의 잣대가 된 사람에게 넘지 못할 선이란 없다. 솔로몬, 마호메트, 나폴레옹 같은 역사 속 영웅이 무고한 피를 흘리면서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더 큰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갔던 것은 그들이 그럴 권리를 가진 초인이었기 때문이다.
④ 도스토옙스키는 이런 초(超)도덕의 오만함에서 악의 본질을 보았다. 선악의 경계를 자의적으로 넘나드는 일이야말로 신에 대한 가장 큰 반항이었다.
⑤ “모두들 공황 상태였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저마다 오로지 자신에게만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 누구를 어떻게 재판해야 할지 알지 못했고, 무엇을 악으로, 무엇을 선으로 여겨야 할지 의견의 일치를 볼 수가 없었다. 누구를 유죄로 하고, 누구를 무죄로 할지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어떤 무의미한 증오에 사로잡혀 서로를 죽여갔다.”

'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진실이 신발 신는 동안 거짓은 지구 반을 돈다 (0) | 2025.03.19 |
|---|---|
| '머스크'라는 '마스크' (0) | 2025.03.19 |
| 무정부 상태를 원하나 (1) | 2025.03.18 |
| 트럼프 집무실은 황금빛 쇼룸, 공무원들은 "사무실 헝거게임" (0) | 2025.03.18 |
| 미국 진보와 극우의 만남, 설전 대신 웃음 터졌다 (0) | 2025.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