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외교는 연극이다. 잘 짜인 시나리오를 토대로 배우들이 대사를 읊조리는 연극처럼 외교에도 연기가 중요하다. 국제정치의 연극 무대에서 이 시대 주연배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두 사람의 연기에 따라 지구촌엔 언제든지 격랑·지진·쓰나미가 몰아닥칠 수 있다.
② 새해 벽두부터 두 주연배우는 각자가 연출과 주연을 맡은 연극을 선보였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 그는 지난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했다. 마약 범죄는 명분이고, 석유 이권이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다목적 포석도 있다. 중남미 좌파 독재자들은 경악했다.
③ 트럼프 2기 들어 신고립주의 경향을 보이던 미국이 신개입주의로 급변침했다. 트럼프의 현란한 연기 변신이다. '돈로주의(Donroe Doctrine)'란 신조어에서 보듯 먼로주의를 변형한 트럼프의 팽창주의적 패권주의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국제법을 함부로 무시하는 '선택적 편의주의'다.
④ 트럼프의 맞춤 연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마두로 체포 직후 백악관은 공식 SNS 계정에 비장한 표정으로 계단을 오르는 트럼프 흑백사진을 게시했다. 사진 밑에 붙은 'No games(더 이상 게임은 없다). FAFO(까불면 죽는다)'란 글귀는 비속어를 동원한 노골적 협박이었다.
⑤ 흥미로운 사실은 트럼프의 '까불면 죽어'라는 표현이나 시 주석의 '올바른 편에 서라'는 말은 본질에서 같다는 점이다. 내 말을 듣고, 내 이익을 존중하고, 딴생각 하지 말고, 내 편에 서라는 강대국의 경고다. 단순히 공자 말씀으로 간주하거나, "착하게 살자"는 의미로 이해하고 넘어갈 문제인가. 외교 무대에서 주연배우로 도약하려면 싱가포르 지도자를 배울 만하다. 깊게 생각하고, 말은 줄이고, 행동은 간결하게 하면서 자강 역량과 외교적 연기력을 키우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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