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에어컨 중독 사회, 우리가 잃는 것들

에도가와 코난 2024. 9. 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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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 조사에 의하면 국내 가구당 에어컨 보급률은 2023년 현재 98%로서, 전기밥솥보다 더 높다. 가구당 몇 대씩인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그보다 조금 밑일 것이다. 아무튼 ‘보유율’ 대신 ‘보급률’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에어컨은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닌 생필품이다.

문제는 오히려 사회문화적 차원에 있다. 에어컨은 인류 보편적 숙원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특정 시·공간의 사회적 필요에 따라 ‘역사적으로’ 등장했을 뿐이다. 에어컨에 의해 우리는 부지불식간 바깥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순종적 신체로 개조되어 왔다. 

그러다가 마침내 우리 스스로 에어컨 중독을 향유하고 소비하기에 이르렀다. 이른바 ‘냉방 자본주의’는 쾌적한 노동 및 생활환경을 제공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효율성과 성과주의를 강박하는 사회 시스템이다(에릭 윌슨, ‘일인분의 안락함’). 에어컨이 궁극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공기가 아니라 사람인 것이다(스탠 콕스, ‘여름전쟁’).

에어컨 시대에 들어와 우리는 여름 특유의 계절감을 잊은 채 자연을 추상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너무 더울 때 낮잠을 자거나 일찍 퇴근하거나 며칠 일을 쉬었다. 땀 흘리는 것도 삶의 소중한 일부였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더위를 이겨내는 심리적 및 생물학적 내성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에어컨 천국의 ‘집콕’·'방콕’ 문화는 사람들을 섬처럼 분리한다. 1995년 시카고에 기록적인 폭염이 덮쳤을 때 생사는 에어컨 소유 여부가 가르지 않았다. 관건은 사회적 고립과 지리적 단절이었다(에릭 클라이넨버그, ‘폭염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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