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상류층 차별화 무기 된 에티켓

에도가와 코난 2024. 9. 9.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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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켓은 ‘붙이다’란 뜻을 가진 프랑스 동사 ‘estiquer’에서 파생된 말로 원래 성이나 궁정의 문에 붙어 있던 규칙을 뜻했는데 16∼18세기에는 궁정 혹은 외교적 세리머니를 의미했다.

매너가 스타일과 도덕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행동을 지칭하는 데 반해 에티켓은 분명한 규칙이 있는 형식적이고 양식화된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차이는 에티켓에서는 ‘도덕’이란 요소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내면적인 도덕성은 무시하고 표피적인 양식에만 집중하는 에티켓은 매너가 포괄하던 범주를 확연히 줄여 버렸다.

이처럼 새로 만들어진 세세한 행동 규칙은 단지 실용적이거나 상징성을 띠었거나, 혹은 알 수 없는 이유에 근거한 것들이었다. 그러면서도 에티켓의 기본 틀은 전통적인 예법이 강조했던 TPO 준칙, 즉 시간, 장소, 행사의 성격에 맞는 행동에 강박적인 집착을 보였다. ‘루트리지 에티켓 매뉴얼’에 나타난 여성의 옷차림을 예로 들어 보자.

이토록 세세한 에티켓이 나타난 까닭은 무엇일까. 산업구조의 변화와 중간계층의 부상은 전통 엘리트층의 기득권에 위기를 불러왔다. 위기에 봉착한 상류층은 단순히 재력만으로는 손쉽게 획득할 수 없는 전통적인 유산을 통해 지위를 보존하고자 했다. 자신들의 지배력을 정당화할 만큼의 더 우월한 예의범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사회 전체를 통합적으로 아우르고 존중감을 얻으려 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에티켓은 그야말로 ‘보여지는’ 행위로서 아주 효과적인 과시의 수단이었다. 그것이 정교할수록 더욱 고급스러운 상품 같은 것이 되었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습득할 수 없는 까다로운 에티켓은 좋은 집안에서 어릴 적부터 몸에 밴 소수의 상류층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무기로 작동했다. 즉, 이 복잡한 기획의 핵심은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이 다른 누군가는 매우 힘들게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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