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에티켓은 ‘붙이다’란 뜻을 가진 프랑스 동사 ‘estiquer’에서 파생된 말로 원래 성이나 궁정의 문에 붙어 있던 규칙을 뜻했는데 16∼18세기에는 궁정 혹은 외교적 세리머니를 의미했다.
② 매너가 스타일과 도덕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행동을 지칭하는 데 반해 에티켓은 분명한 규칙이 있는 형식적이고 양식화된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차이는 에티켓에서는 ‘도덕’이란 요소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내면적인 도덕성은 무시하고 표피적인 양식에만 집중하는 에티켓은 매너가 포괄하던 범주를 확연히 줄여 버렸다.
③ 이처럼 새로 만들어진 세세한 행동 규칙은 단지 실용적이거나 상징성을 띠었거나, 혹은 알 수 없는 이유에 근거한 것들이었다. 그러면서도 에티켓의 기본 틀은 전통적인 예법이 강조했던 TPO 준칙, 즉 시간, 장소, 행사의 성격에 맞는 행동에 강박적인 집착을 보였다. ‘루트리지 에티켓 매뉴얼’에 나타난 여성의 옷차림을 예로 들어 보자.
④ 이토록 세세한 에티켓이 나타난 까닭은 무엇일까. 산업구조의 변화와 중간계층의 부상은 전통 엘리트층의 기득권에 위기를 불러왔다. 위기에 봉착한 상류층은 단순히 재력만으로는 손쉽게 획득할 수 없는 전통적인 유산을 통해 지위를 보존하고자 했다. 자신들의 지배력을 정당화할 만큼의 더 우월한 예의범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사회 전체를 통합적으로 아우르고 존중감을 얻으려 한 것이다.
⑤ 그런 맥락에서 에티켓은 그야말로 ‘보여지는’ 행위로서 아주 효과적인 과시의 수단이었다. 그것이 정교할수록 더욱 고급스러운 상품 같은 것이 되었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습득할 수 없는 까다로운 에티켓은 좋은 집안에서 어릴 적부터 몸에 밴 소수의 상류층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무기로 작동했다. 즉, 이 복잡한 기획의 핵심은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이 다른 누군가는 매우 힘들게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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