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테라 권도형을 미국으로 보내라는 피해자들

에도가와 코난 2024. 3. 3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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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발칸반도 소국인 몬테네그로 법원이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 주범인 테라폼랩스 대표 권도형 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라고 했다가 최근 항소심에서 이를 뒤집고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권 씨는 현지 법원에 한국에서 재판받게 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그래야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고 본 것인데 틀린 계산이 아니다. 그를 자본시장법상 사기 거래로 처벌하려면 코인도 주식 같은 증권에 해당한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코인의 증권성에 대한 판단을 정립하지 못한 상태다. 

반면 개별 혐의별 형량을 모두 합산하는 미국에선 100년형도 가능하다. 게다가 미국은 루나·테라 코인을 이미 증권으로 간주해 이익환수 소송을 진행 중이다.

권 씨가 한국으로 올 경우 그의 ‘법원 쇼핑’은 성공하는 셈이 된다. 그러니 그를 미국으로 보내 평생 감옥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법도 하다. 다만 피해자 중 일부라도 피해 보전을 받으려면 우리 사법체계로 그를 단죄해야 한다. 검찰은 지난해 서울 성동구 성수동 고급 주상복합을 포함해 권 씨의 국내 자산 2300억 원을 추징·보전해 놓은 상태다. 미국이 추산한 전 세계 테라 사기 피해액 52조 원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소액이나마 보상을 기대할 순 있다.

우리 손으로 테라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제2의 권도형’을 막을 법과 제도를 정비할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루나·테라는 가치가 ‘0원’으로 완전히 증발하면서 피해가 명확해졌지만 일부 코인의 경우 사기성 투자 권유나 은밀한 시세 조종이 벌어지는데도 아직 피해가 구체화되지 않은 사례들이 있다. 권 씨를 수사하고 재판하면서 규제 공백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가상자산 관련 제도를 촘촘히 보완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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