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강대국에겐 늘 그들만의 '명분'이 있다

에도가와 코난 2026. 2. 1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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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측에서 ‘대만 총통’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아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총통(總統·president)은 한 국가의 수반을 가리키는 말인데, 대만은 국가가 아니라 ‘중국의 일부’이니 총통을 쓰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만 지역 지도자’ 같은 표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본지뿐 아니라 국내외 일부 언론도 비슷한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정부 차원에서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카르텔 수괴’로 규정했다. 마두로가 ‘태양의 카르텔’이란 조직을 이끌며 코카인과 펜타닐을 미국에 밀수했다는 혐의로 천문학적 현상금도 걸었다. 단순 압박인 줄 알았는데, 돌이켜 보니 이는 마두로 제거 작전을 위한 명분 구축 과정의 일부였다. 아무리 ‘빌런’이라도 주권 국가의 대통령을 미국이 독자적으로 체포하면 국제법적 시비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대통령이 아니라 ‘범죄 조직 수괴’일 뿐이라면? 마두로를 잡아온 것은 ‘외국 침공’이 아니라, 군의 도움을 받아 해외에서 행한 ‘국내 법 집행(law enforcement)’이라고 우길 수 있다. 국제법과 상관없고 의회의 사전 승인도 필요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어떤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네오 나치’ 세력이라는 선전전을 폈고, 이를 척결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가 ‘전쟁’ 표현을 금지하고, ‘특수군사작전(Special Military Operation)’이라고 쓰게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영토를 빼앗으려는 게 아니라, 네오 나치로부터 박해받는 러시아계를 구원하기 위해 군을 보냈다는 의미다. 

강대국들이 패권 및 이익 추구를 위한 행동에 나서기에 앞서 제시하는 ‘명분’은 갈수록 거칠고 억지스러워지고 있다. 이들에겐 이 명분이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 합리화만 할 수 있다면 그만이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비토권을 갖고 있는 강대국에 대해 국제사회가 구속력 있는 제재를 하기도 어렵다.

기우(杞憂)이길 바라지만, 21세기에 무력으로 이웃나라 영토를 빼앗고, 남의 나라 대통령을 잡아오는 것도 일반적인 예측의 범위를 벗어난 일이었다. 힘이 있으면 내키는 대로 휘두르고 싶어하는 본성을 국제 규범·질서라는 틀로 억누르던 ‘2차 대전 후 70년’은 인류 역사에서 ‘비정상의 시대’로 기록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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