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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백설공주에게 온갖 시련을 안겨준 건 따지고 보면 못된 왕비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쁜지 묻는 말에 매번 곧이곧대로 대답한 거울이었다. 아름다운 외모만이 자기의 부와 권력을 지켜준다고 믿은 왕비는 백설공주의 미모가 더해갈수록 점점 커지는 불안과 분노에 사로잡혔으니 말이다.
② 만약 왕비가 눈치 없는 요술 거울 대신 궁극의 진리를 말해 주는 미국의 미술가이자 철학자 에이드리언 파이퍼(Adrian Piper·1948~)의 거울을 갖고 있었다면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③ 얼굴을 비춰보기 딱 좋은 크기의 고급스러운 거울에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글귀가 금박으로 새겨져 있다. 더 냉정하게 번역하자면 ‘결국 모두를 빼앗길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현재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는 파이퍼의 똑같은 거울 여섯 점이 서로 다른 전시실에 진열되어 있다.
④ 파이퍼는 뉴욕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최상층 교육을 받았지만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던 만큼 암묵적인 인종차별을 경험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⑤ 사회적 편견에 대한 분노와 열망을 강렬한 퍼포먼스로 풀어 놓던 그에게도 어느 날 거울 속 자신을 보며 언젠가는 이 또한 모두 사라지리라는 해탈의 순간이 왔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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