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협상 카드가 없는 나라'의 굴욕

에도가와 코난 2025. 3. 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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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몰아치고 다그친 정상회담의 마지막 10분은 지켜보기가 민망했다.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회담에서 강대국 지도자가 상대국을 그토록 노골적으로 면박 준 장면은 찾기 어렵다. 부통령과 언론인이 가세한 협공은 ‘매복’ ‘함정’ 등의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역사에 남을 굴욕의 현장이다.

안전보장의 교환 조건으로 쓰려던 광물은 과거 받았던 지원에 대해 당연히 치러야 할 대가가 돼 버렸다. 우크라이나가 침략 피해자가 아니라 “러시아를 자극해 전쟁을 촉발한 나라”로 위치가 뒤바뀌어 버린 것도 순식간이다.

궁지에 몰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에게는 (협상) 카드가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벌써 3년째 전쟁을 치르며 국력을 소진한 우크라이나가 반박할 근거는 없어 보였다. 땅덩이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크지만 사회 분열과 부패에 시달려온 나라,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57위에 그치는 나라, 러시아로부터의 안보 위협이 상존했음에도 이에 대응할 외교력이 부족했던 나라가 처한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알던 미국은 이제 없다’는 전제에서 새로운 전략을 찾아야 할 때다. 유럽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악을 대비하자”며 방위비를 대폭 증액하고 유럽 중심의 안보 연합 구성 추진에 나섰다. 기존의 나토(NATO)에서 미국을 뺀 유럽만의 ‘이토(ETO·European Treaty Organization)’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오는 판이다.

주요국들이 앞다퉈 추구하는 ‘자력갱생’의 핵심은 국부(國富)다. 조 단위로 이뤄지는 국방비 증액도, 미국발 관세 폭탄 대응도 모두 국가의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이런 바탕이 탄탄해야 ‘거래적(transactional)’이라는 키워드로 설명되는 트럼프 행정부에 우리만의 협상 카드를 내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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