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12월엔 고전을 다시 읽는다. 시간을 이겨낸 작품을 교훈으로 삼자는 세밑 의례다. 올해 고른 작품은 ‘리어왕’. 어리석은 판단으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부른 인간을 그린 셰익스피어 대표작이다.
② ‘리어왕’뿐 아니다. ‘맥베스’ ‘오셀로’ ‘햄릿’까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비장한 그리스 비극과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오이디푸스처럼 제 잘못은 하나도 없는데 운명의 수레바퀴에 짓밟혀 지옥의 구렁텅이로 내몰린 신화 속 영웅들과 달리, 셰익스피어 비극의 주인공들은 모두 제 무덤 제가 판 인간 군상이다. 누가 덫을 놓거나 음모를 짠 게 아니다. 자기 성격 때문에 망한 존재들이다.
③ 남편보다 더 야심만만했던 레이디 맥베스는 배우자를 부추겼고, 안 하겠다는 남자에게 선을 넘게 만든다. 결국 왕을 살해하고 스스로 왕좌에 오른 맥베스. 하지만 그 이후의 비극 역시 우리는 알고 있다. 이성이 아니라 끝까지 주술과 예언에 의지했던 맥베스 부부는, 결국 리어왕과 같은 최후를 맞는다.
④ 베네치아의 용병 출신인 늙은 오셀로 장군은 어떤가. 출신에 대한 열등감과 젊은 아내 의처증으로 시달렸던 이 못난 사내는 스스로 삶을 버렸고, 정의는 오직 자기만이 구현할 수 있다는 오만에 빠졌던 햄릿 역시 선왕의 복수에는 성공하지만, 새드엔딩으로 끝났을 뿐이다.
⑤ 고전이 위대한 이유는 시간을 이겨냈다는 것. 가장 오래된 작품이 가장 젊은 당대의 교훈이라는 역설을 고전은 웅변한다. 이왕 셰익스피어로 시작했으니, ‘템페스트’에 나오는 한 구절로 마무리하자. “지옥은 텅 비었고, 악마들은 다 여기에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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