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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8 10

죄와 벌

①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다시 읽는다. 널리 알려진 소설의 내용을 소개하자면, 가난 때문에 학업을 중단한 법학도 라스콜니코프가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다. 사회에 아무 이득도 못 되면서 가난한 사람 피만 빠는 이[蝨] 같은 존재를 없애 그 돈으로 다수를 구한다는 ‘정의로운’ 목적에서다. 그러나 그는 전당포 주인을 죽이고도 정작 돈은 취하지 않는다. 돈은 목표가 아니었고, 대신 그에게는 언젠가부터 품어온 사상이 있다. 인간은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 두 부류로 나뉘는데, 비범한 사람은 죄를 범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도끼로 노파를 내려친 것은 자신에게도 그 권리가 있는지 없는지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② 죄는 근본적으로 선(線)을 ‘넘는’ 행위다. 그 ‘선’을 사회제도로 획정하면 사법..

무정부 상태를 원하나

① 언젠가부터 우리 정치는 동네 축구만도 못한 수준으로 전락했다. 정치의 기능이 마비된 것이다. 여든 야든 법조인 출신이 많아진 탓인지 정치로 해결할 문제를 ‘법대로’ 하자며 외부 심판을 찾기 일쑤다. ②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언제 어떻게 날지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자 이런 ‘무(無)정치’ 상황은 더욱 첨예화하고 국민의 ‘불안 지수’도 상승하고 있다. 누구는 “대통령이 다시 용산에 복귀하면 나라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불안해하고, 누구는 “헌재마저 불복 세력에 침탈되면 어쩌나”라고 불안해한다.  ③ 12·3 계엄 선포 후 100일이 훌쩍 넘는 동안 우리의 민주적 복원 능력에 심각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대통령 체포를 둘러싼 물리적 대치와 법원 난동 등 전례 없는 사건이 이어진 것도 불안불..

트럼프 집무실은 황금빛 쇼룸, 공무원들은 "사무실 헝거게임"

①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백악관 집무실이 ‘왕실’을 방불케 하는 황금 소품과 초상화로 화려하게 꾸며지고 있다. 미 CNN 방송은 대통령 집무실에 걸린 초상화 수가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 6개에서 현재 20개로 3배 이상으로 늘면서 “집무실이 갤러리 쇼룸처럼 변했다”고 16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꼽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대형 초상화가 책상 바로 뒤에 걸렸고, 그 자리에 있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초상은 새로 그려 벽난로 위로 자리를 옮겼다. ② 선반이나 벽난로 위도 플로리다주의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져온 황금색 인물상들과 천사상들 등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에 맞는 화려한 장식으로 채워졌다. TV 리모컨마저도 금박으로 싸였다고 CNN은 전했..

미국 진보와 극우의 만남, 설전 대신 웃음 터졌다

①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정치 구호)’를 사실상 설계한 트럼프 최측근과 정권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 유력 차기 대선 주자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치열한 설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토론은 시종일관 부드럽고 차분하게 이어졌고 뉴욕타임스(NYT)는 “흥미로운 정책적인 공통점도 드러난 유쾌한 토론”이라고 평했다. ② 뉴섬이 “관세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세계 각국의 반발을 부르고 있는 트럼프 주도 ‘관세 전쟁’으로 운을 뗐다. 그러자 배넌은 “왠지 냄새가 난다”며 “나는 관세 옹호자(tariff guy)다. 내가 여기 출연한 건 관세 문제에서 당신과 시청자들을 나처럼 바꾸고 싶기 때문”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③ 배넌이 트럼프가 추진하..

다이소, 올영에 편의점 가세, 판 커진 건기식 유통 경쟁

① CJ올리브영과 최근 약사회와 갈등을 빚은 다이소가 건강기능식품 제품군 유통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도 뛰어들어 건기식 유통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편의점 CU 운영사인 BGF리테일과 GS25 역시 건기식 판매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② 편의점은 법적으로 ‘일반식품’으로 분류된 제품은 판매할 수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건강기능식품’을 팔기 위해선 허가를 거쳐야 한다. 현행법상 건기식을 판매하려면 업주가 연 2회 영업자 위생교육을 받고 판매업 신고를 해야 한다. ③ 다이소는 뷰티 사업 ‘성공 방정식’을 건기식 시장에도 적용했다. 다이소는 VT코스메틱, 네이처리퍼블릭 등 중견 브랜드와 협업해 3000원, 5000원 균일가로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기존 유통 채널에 비해 판..

모든 것이 지나간다

① 백설공주에게 온갖 시련을 안겨준 건 따지고 보면 못된 왕비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쁜지 묻는 말에 매번 곧이곧대로 대답한 거울이었다. 아름다운 외모만이 자기의 부와 권력을 지켜준다고 믿은 왕비는 백설공주의 미모가 더해갈수록 점점 커지는 불안과 분노에 사로잡혔으니 말이다.  ② 만약 왕비가 눈치 없는 요술 거울 대신 궁극의 진리를 말해 주는 미국의 미술가이자 철학자 에이드리언 파이퍼(Adrian Piper·1948~)의 거울을 갖고 있었다면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③ 얼굴을 비춰보기 딱 좋은 크기의 고급스러운 거울에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글귀가 금박으로 새겨져 있다. 더 냉정하게 번역하자면 ‘결국 모두를 빼앗길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현재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비틀거리는 민주주의

①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비틀거리고 있다. 1980년대 이후 누적되어온 경제적 추세가 결국은 정치적 토양을 변화시켜 버린 것이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주로 저학력 백인 중산층 근로자, 남성 가장들이었다. ② 고소득자의 소득만 증가했고, 국민 대다수의 소득은 정체 내지 감소했다. 제조업 근로자, 중산층들은 자신들이 점점 더 낮은 소득계층으로 전락해갈 수 있다는 불안에 싸였다. 이러한 ‘지위 불안’은 포퓰리즘과 선동의 비옥한 토양이 된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계층의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보다 몇 단계 위에서 더 아래 계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지닌 중하계층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더 적극적이 되며, 극좌 또는 극우의 지지층이 된다. ③ 민주주의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계몽주의 운동, 산업혁명과 더불..

'중국 간첩 99명 체포' 괴담과 언론

① 그 유튜브를 보니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어떤 매체의 기사를 그대로 옮기면서 자신의 추측을 덧붙여 자극적으로 선동하고 있었다. 초보적인 사실 확인 과정도 없었다. 주한 미군은 물론, 미 국방부와 우리 국방부 모두가 허위라고 공표했지만 이 밑도 끝도 없는 ‘중국인 99명 체포설’은 마치 ‘은폐된 진실’인 양 퍼져나갔다. ② 그 후 필자는 이 괴담을 사실로 믿고 있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중에는 이름을 들으면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사람들도 있다. 이분들은 ‘관계 당국이 모두 허위라고 발표했고, 조선일보 취재진의 현장 사실 확인에서도 아무런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필자 설명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상당수는 필자의 설명을 믿지 않는 듯했다. 믿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③..

'강약약강' 트럼프 상대하는 법

① 하지만 막후에서 벌어질 법한 상황을 날것 그대로 보는 일은 흔치 않기에 역사적 사건이 됐다. 특히 최고 통수권자들이 얼굴이 벌게진 채로 고함치며 삿대질하는 장면은 트럼프의 국정 철학인 ‘미국 우선주의’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로 느껴졌다. 설마 하던 사람들에게 미국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② 약속을 수없이 어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믿을 수 없으니 미국이 안전 보장을 해야 한다는 젤렌스키의 거듭된 요청을 트럼프는 묵살했다. 트럼프는 누가 침략자이고 피해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계속되는 전쟁으로 미국이 입는 피해 또는 얻을 이익이 더 중요한 기준이다. ③ 트럼프 표현대로 손에 패를 쥐고 있지 않은 젤렌스키는 약소국의 ..

달러 패권 유지 위해, 트럼프가 띄우는 스테이블 코인

① 스테이블 코인이란 ‘안정적이다’란 뜻의 영어 단어 스테이블(stable)과 가상 화폐를 뜻하는 코인(coin)을 합친 말이다. ‘미국 달러’처럼, 특정 국가의 화폐에 가치가 연동되도록 설계돼 이런 이름이 붙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다른 가상 화폐처럼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아 무역 대금 결제, 국제 송금 등을 하기에 유용하다고 평가받는다.  ② 스테이블 코인이 가치를 유지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코인의 물량에 맞춰 진짜 ‘돈’을 비축하는 것이다. 예컨대 100달러어치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때 100달러를 준비금 형식으로 금고나 계좌에 넣어둔다면 투자자 사이에 언제든 코인을 달러로 바꿀 수 있다는 신뢰가 생겨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③ 거래량이 많고 부도 위험이 사실상 없어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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