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다시 읽는다. 널리 알려진 소설의 내용을 소개하자면, 가난 때문에 학업을 중단한 법학도 라스콜니코프가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다. 사회에 아무 이득도 못 되면서 가난한 사람 피만 빠는 이[蝨] 같은 존재를 없애 그 돈으로 다수를 구한다는 ‘정의로운’ 목적에서다. 그러나 그는 전당포 주인을 죽이고도 정작 돈은 취하지 않는다. 돈은 목표가 아니었고, 대신 그에게는 언젠가부터 품어온 사상이 있다. 인간은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 두 부류로 나뉘는데, 비범한 사람은 죄를 범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도끼로 노파를 내려친 것은 자신에게도 그 권리가 있는지 없는지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② 죄는 근본적으로 선(線)을 ‘넘는’ 행위다. 그 ‘선’을 사회제도로 획정하면 사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