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대통령의 ‘비상계엄’ 담화가 끝나가던 시점인 지난 3일 오후 10시 28분쯤 조지호 경찰청장은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를 비롯한 국가 주요 시설 경비를 강화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비상계엄이 선포됐으니 혹시 모를 우발 사태에 경찰이 대비하라는 차원의 지시였다”고 했다. 김봉식 서울청장은 오후 10시 46분 국회 경비대에 ‘국회를 전면 통제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내용은 4일 경찰청이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서 확인됐다.
②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의원들은 계엄 효력 정지를 의결하는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몰려들어왔다. 하지만 김 청장 지시에 따라 국회의원·보좌진·취재진 등 국회 관계자들의 출입이 20분가량 금지됐다. 이 과정은 국회경비대장뿐 아니라 서울경찰청의 고위급 간부가 직접 나와 지휘한 것으로 파악됐다.
③ 하지만 현장에서 “의원을 왜 의사당에 못 들여보내는 것이냐”는 항의가 빗발치고, 젊은 경찰들도 ‘국회의원이면 들여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동요하기 시작했다. 서울청 일부 간부도 “경찰이 국회의원의 정상적 의정 활동을 막는 것은 반헌법적”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④ 이 지시로 국회 봉쇄가 잠시 풀리면서 상당수 의원이 국회 경내로 진입, 본회의장에 착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후 11시 25분쯤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는 박안수 계엄사령관의 ‘포고령 1호’ 내용을 파악한 뒤 서울청은 오후 11시 37분 다시 국회경비대에 국회의원을 포함한 전면 통제를 하라고 지시를 번복했다.
⑤ 야권은 4일 발의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서 ‘다수 국회의원들의 본회의 출입을 막아 국회의 계엄해제요구안 의사 진행을 저해’한 행위를 탄핵 사유이자 내란죄 성립 요건이라고 적시했다. 이에 따라 경찰 수뇌부에 국회의원 출입 통제를 누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지시했는지가 향후 탄핵 심판과 내란죄 수사 등의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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