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필터 버블'을 깨고 나오는 게 21세기 계몽이다

에도가와 코난 2025. 3. 27.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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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대통령의 계엄에 “계몽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그랬겠는가, 야당이 그렇게까지 한 줄 몰랐다고 그들은 말하지만, 이미 다 보도되고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묻지 않고 궁금해하지 않아 몰랐을 뿐이다.

떠다니는 정보에 무심하고 무지했던 건 그동안 그들이 ‘필터 버블’ 속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필터 버블’을 뚫고 그들에게 뉴스가 전파되는 데 계엄이라는 충격파가 주효했다는 결론이다.

2030 세대의 보수화 현상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나는 그들의 미디어 이용 행태를 우선 꼽고 싶다. 그들은 선진화된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을 뿐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이 있었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그들은 신문도 방송도 보지 않고, 손가락 하나로 쇼핑하고 영화 보며 가상 세계에서 서로 연결되어 살아간다. 그들에게 가상 현실은 실제 현실만큼 가깝고 중요하다.

요즘 세대에게 세상으로 열린 창은 휴대폰과 OTT 서비스며, 뉴스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접한다. 뉴스에 더 관심이 있는 젊은이는 그런 관계망 서비스가 제공하는 뉴스 레터나 다양한 계정을 팔로하며, ‘뉴닉’ 같은 뉴스 정리 플랫폼으로 뉴스를, 지식 플랫폼으로 교양을, 그리고 거기 달린 댓글로 여론을 감지한다. 그러나 그렇게 ‘큐레이션’된 추천 뉴스가 정확하고 균형 잡힌 것인지, 여론의 지형은 평평하며 논평은(만약 있다면) 건강한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일찍이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이런 시대에 ‘자아’를 유지하고 살려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밖에서 모르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기술이 인간을 ‘필터 버블’ 속에 가두는 일은 순식간에,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맹을 타개하고, 유발 하라리가 주창한 인간됨을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분별하고 수집하여 분석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혹시 나를 둘러싼 필터 버블은 없는지 끊임없이 점검하며, 그런 버블이 발견될 때마다 터뜨려 가면서 말이다. 21세기 계몽주의는 미디어의 거품에서 스스로를 구하는 일이다. 이번에는 그 사조가 유럽이 아니라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에서 출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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