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껍데기 숭배 사회

에도가와 코난 2025. 3. 2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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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국을 다니다 보면 달라진 지자체 간판을 자주 접한다. 무엇보다 ‘특별’이라는 말이 들어간 지자체가 크게 늘었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강원과 전북이 요 몇 년 사이 특별자치도가 되었다. 제주는 2006년부터 특별자치도이고 세종은 2012년 이후 특별자치시다.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서울을 포함한 5개 시·도가 ‘특별한’ 셈이다.

이 가운데 작년 말 인구가 100만 이하로 떨어진 창원이 특례시 자격을 잃을까 봐 노심초사하는 가운데, 비수도권의 경우 특례시 지정 및 유지 기준을 인구 50만 명으로 하향 조정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별이든 특례든 그것이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지를 따지는 실증적 분석은 뒤로 미룬 채 말이다.

‘특(特)' 자를 붙인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나 지역민 가운데는 그렇게 불러주지 않으면 발끈하거나 서운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닌 게 아니라 가장 최근에 특례시가 된 화성시의 슬로건은 ‘특별한 시민’으로 시작한다. 

나아가 특별 내지 특례라는 꼬리표를 붙인 도(道)나 시(市)가 양적으로 점점 더 많아지게 되면 결국에는 모든 곳이 평준화하고 유사해진다. 특(特) 자의 가치가 하락하는 언어의 인플레이션 효과 탓이다.

시쳇말로 가방 크다고 공부 잘하는 것은 아니다. 책상 바꾼다고 성적이 바로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과거 유교 문화의 부정적 잔재일까, 우리에게는 매사 폼부터 잡거나 모양 내기가 먼저인 허례허식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다. 중요한 것은 간판이 아닌 내실일진대, 우리는 알맹이가 아닌 껍데기 숭배 사회에 가깝다. 이 또한 일종의 한국병(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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