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젠틀맨의 국제 정치는 이제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일 취임식 후 프랑스의 국제 정치 분석가가 건넨 말이다. 그의 취임사엔 여러 차례 ‘강한 미국’과 ‘위대한 미국’을 강조하는 말이 나왔다. 외국에 대한 불신과 분노도 드러났다.
② 이 분석가는 “러시아의 푸틴에 이어 중국 시진핑, 이스라엘 네타냐후, 여기에 트럼프까지 더 해지면서 세계 정치는 그야말로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내세운 ‘스트롱맨’들이 주도하게 됐다”며 “그 끝에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쉽사리 상상이 안 된다”고 했다.
③ 탈냉전 이후 30여 년간 세계는 유래 없는 평화의 시기를 누렸다. 이 기간 국제 질서를 지탱한 것이 이른바 ‘젠틀맨의 국제 정치’다. 대립보다 협력, 힘의 과시보다 국가 간의 신뢰와 상호 존중이 선호됐다. 두 국가 간의 양자 관계 못지않게 룰(규칙)을 세우고 이에 기반해 여러 나라가 질서 있는 행위를 하는 다자적 관계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이 자유 시장 경제와 민주주의, 인권을 내세운 미국의 이념적 리더십이었다.
④ 한국의 선진국 도약은 이런 배경에서 이뤄졌다. 자국의 단기적·가시적 이익보다 공통된 규칙·가치를 중시하고 큰 틀의 공동 이익을 나눠 장기적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젠틀맨의 국제 체제’에서 자유 무역과 개방 경제에 바탕한 민주주의 체제를 발전시켜왔다. 미국은 이와 같은 국제적 환경을 만들고 육성하는 설계자였다.
⑤ 유럽 각국은 이제 본격적인 ‘스트롱맨의 국제 정치’가 열릴 것을 각오하고 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자국의 이득을 위해 끊임없이 협상해야 하는 ‘전쟁 같은 외교’의 시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환경에선 회색 지대가 없다. 동맹국이라도 조금만 엇나가면 사정없이 내쳐지고 보복당할 수 있다. 유럽이 트럼프의 등장에 더욱 긴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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