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식물 정부의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

에도가와 코난 2024. 12. 2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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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지난 두 번의 정부 부처 출입을 모두 정권 말기에 했다. 2007년과 2012년,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지금처럼 20∼30%를 맴돌았을 때다. 당시 관료들의 사무실에는 회색 철제 캐비닛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그때 만난 국·과장들은 “내가 가진 정책 아이디어는 모두 저 안에 쌓아 놨다”는 말을 종종 했다. 어차피 정권의 힘이 빠진 지금은 추진해 봐야 빛을 볼 수 없으니, 새 정부가 출범하면 그때 들이밀기 위해 아껴 놓고 있다는 뜻이었다. 

당시 공무원들이 아예 기본적인 일조차 안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임기 말 분위기에 휩쓸려 규제 완화나 경제 구조개혁 같은 주요 현안에 소극적으로 임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공직사회 복지부동의 폐해를 감안하면 고작 3년 차에 접어든 현 정부에서 벌써부터 정권 말 풍경이 관찰되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극심한 여소야대로 인해 “어차피 뭘 해도 안 된다”는 무기력증, 핵심 국정과제를 주도적으로 처리하다가 다음 정부 때 책임 추궁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정권의 이례적인 ‘조기 식물화’를 부추기고 있다. 

레임덕의 가장 현실적인 정의는 미래 권력의 눈치를 살피면서 정작 지금 해야 할 일은 소홀히 하는 것이다. 공무원들 마음이 콩밭에 가 있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다음 정부로 넘기는 현상이 앞으로 2년 이상 더 지속된다고 상상해 보라.

이른 동면에 들어간 관료사회를 깨우려면 정권이 최소한의 지지율을 다시 회복하는 게 필수다. 그런 반전이 자화자찬식 민생토론회와 정책 홍보, 또는 대통령의 분노를 듬뿍 담은 기강 잡기로 과연 가능할까. 그보다는 국민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민생 아이템을 발굴해 야권과 조금씩이라도 합의를 해나가는 식으로 실용적인 성과를 계속 쌓아가는 게 이 정부의 유일한 살길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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