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76년 만에 삭제되는 '공무원 복종 의무'

에도가와 코난 2026. 2. 9.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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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하복’은 군대에서나 통하는 말로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의 모든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법적 의무다.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 “공무원은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 표현이 조금 바뀌었을 뿐 1949년 국가공무원법이 제정될 때부터 쭉 유지돼 온 조항으로, 시대의 변화에 뒤처진 법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정부가 76년 만에 이 조항을 없애기로 했다.

정부가 25일 입법예고한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의 핵심은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지휘·감독에 따를 의무’로 바꾼다는 것이다. 하급자는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따르되 “서로 협력”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했다. 위법한 지휘·감독은 따르지 않을 수 있고, 이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상명하복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검찰은 이미 2004년 검찰청법을 개정해 ‘명령 복종’을 ‘지휘·감독에 따른다’로 바꾸고 이의제기권을 인정했는데, 이제야 일반 공무원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법을 바꾼다니 늦은 감이 있다.

물론 지금도 공무원이 상관의 명령을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 “명백히 위법·불법한 명령은 직무상의 지시 명령이라 할 수 없으므로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정부의 공무원 징계업무편람에도 “위법한 직무상 명령에는 복종을 거부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수직적 공직 문화에 익숙하다 보니 뭔가 아니다 싶어도 지시를 거부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런 부담감을 덜어내 주겠다는 게 법을 고치는 이유일 것이다.

12·3 계엄 당시 국회에 병력을 투입하라는 명령을 어기고 부하들에게 ‘서강대교를 넘어가지 말라’고 한 조성현 수방사 경비단장,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를 경찰에 넘기지 말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 같은 사례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⑤ 순 간의 판단이 생사를 좌우할 수도 있는 군에서 불법 명령인지 일일이 따질 겨를이 있겠느냐는 목소리도 마냥 무시할 순 없다. 정부가 시행령에 판단 기준을 얼마나 상세하게 제시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야 공직사회가 민주적인 의사 결정과 효율적인 업무 수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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