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190여 년 전 괴테가 쓴 ‘파우스트’ 2부는 나라 곳간이 빈 황제의 얘기로 시작한다. 파우스트에게 쾌락과 영혼을 바꾸자는 제안을 했던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황제에게 재정난을 벗어날 묘안을 준다. 아직 파내지지 않은, 땅속에 묻혀 있을 금·은을 담보로 ‘지폐’를 내라는 것이다. 황제는 “엄청난 사기”라고 하지만, 결국 악마의 꼬임에 종이 조각에 1000크로네라고 쓰고 서명한다. 지폐를 뿌려 황제는 군대에 밀렸던 급료를 주고 빚을 갚는 등 재정 위기에서 벗어난다. 괴테는 “반쯤 죽어 곰팡내 나던 도시에, 모든 것이 살아나 왁자지껄 즐기며 바글거린다”고 썼다.
② 스위스 경제학자 한스 반스방거는 파우스트의 ‘지폐 장면’이 가치 없는 종이를 화폐로 바꾸는 ‘금융 연금술’을 보여준다며, 현대 경제가 이런 연금술적 속성을 계승한다고 했다. 금을 캐서 화폐로 쓰는 대신 금이 있다는 허구의 믿음, 즉 신용에 기반해 경제가 움직이고 있다.
③ 달러도 1971년 닉슨 대통령이 달러와 금을 더는 교환해 주지 않겠다고 하자 파우스트의 지폐 같은 운명에 처했다. 오일 쇼크까지 터져 인플레이션이 덮치자 달러 가치는 1978년 말까지 서독 마르크 대비 45% 넘게 폭락하며 위기감이 커졌다.
하지만 신뢰를 다시 쌓으며 금의 뒷받침 없이 ‘킹 달러’ 왕좌에 올랐다.
④ 첫째, 독립적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다. 볼커, 그린스펀 등 과거 연준 의장들은 대통령 눈치를 보지 않고 금리를 움직여 달러 가치를 지켰다. 둘째, 개방된 무역 시스템이다. 자유 무역에는 달러같이 누구나 원하는 화폐가 있어야 한다. 작년 국제 결제의 절반 넘게 달러로 이뤄졌다. 셋째, 견고한 지정학적 동맹이다. 동맹국은 달러를 외환보유액 등으로 갖고 있다.
⑤ 길게 보면 ‘킹 달러’의 힘은 빠지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세계 외환보유액 중 달러 비율은 최근 56.9%로 30년 만에 최저다. 2000년대 초만 해도 70% 내외였다. 이런 추세에 트럼프가 ‘약 달러’로 기름을 붓고 있다.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그 귀결이 ‘약 달러’ 정도가 아니라 ‘킹 달러의 붕괴’로 커질 위험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외풍에 강한 경제 체질을 만들어야 트럼프의 ‘약 달러’ 도박으로 요동치는 글로벌 화폐 질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말한 아직 캐내지 않은 보물은 신산업 육성과 혁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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