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작전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자국 안보에 대한 명백하고 직접적인 위협 없이 타국 영토 내에 무력을 투사한 것은 유엔 헌장이 규정한 무력 사용 및 위협 금지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나아가 이는 국제법 질서와 주권 개념 자체를 시험하는 사건으로 확대되고 있다.
② 미국이 다른 주권국가의 내정에 무력으로 개입한 사례는 다수 존재한다. 이번에 주목할 점은 트럼프 정부가 제시하는 외교 대전략의 맥락, 정당화의 내러티브다. 과거 미국은 무력개입이 자유주의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수호를 위한 불가피하고 예외적인 조치였음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개입한 이유가 자국의 핵심 이익인 이민 통제, 마약 근절, 베네수엘라 원유 통제라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③ 12월 초 군사 작전이 준비된 시점과 동시에 공표된 백악관의 ‘국가안보전략’은 서반구 전략, 즉 ‘트럼프판 먼로주의(돈로주의)’를 표명한다. 포섭과 확장 전략으로 역내 우방국을 축으로 불법 이민 통제, 마약 카르텔 소탕, 역내 안정화 등 미국의 국익에 직결된 안보 과제를 분담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략적 자원을 확보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의 영향력을 배제한다.
④ 문제는 군사작전 성공 이후 불거질 대내외적 파장이다.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은 신속한 군사적 승리를 선언했지만, 이후 안정화에 실패하며 장기간의 ‘영원한 전쟁(forever war)’에 휘말렸다. 정치세력, 군부, 경제난에 지친 대중의 반발이 결합해 ‘베네수엘라 경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 트럼프는 심각한 딜레마를 겪을 수 있다.
⑤ 한국도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한다. 서반구에서 타국의 주권을 무시하고 실력 행사를 단행한 미국이 중국의 세력권 요구를 거부할 명분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베네수엘라 사례를 원용해 대만을 포함한 주변국에 대해 자신의 세력권 권리를 강하게 주장할 때,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미국은 동맹국의 기여를 더욱 강하게 요구하거나 중국과 타협을 고려할 수도 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거래적 접근은 더욱 직접적인 위험을 수반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더는 독재 정권을 민주주의 등 규범적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이러한 탈규범적 태도는 대북 협상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북·미관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실리를 극대화하기 위한 거래의 장이 되지 않도록 한국은 독자적인 외교·안보 논리를 구축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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