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왕비의 비극, 김 여사의 막장극

에도가와 코난 2025. 9. 1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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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부인으로는 처음으로 구속 기소된 김건희 여사의 극적인 인생은 드라마와 역사 속 인물과 비교되곤 한다. 강한 권력욕으로 남편을 왕위에 올려놓고 함께 몰락하는 셰익스피어 비극의 맥베스 부인 같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친정 식구들을 동원해 국정 전반을 주물렀던 명성황후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명품백 스캔들이 터졌을 땐 현대판 마리 앙투아네트로 불렸는데 남편과 동시에 수감돼 재판받는 요즘 처지는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와 가장 닮은 듯하다.


오스트리아 공주로 15세에 프랑스 왕가로 시집온 그녀에 대해서는 프랑스 혁명을 촉발한 희대의 악녀라는 혹평과 혁명을 정당화하기 위한 마녀사냥의 희생자라는 동정론이 대립한다. 유럽 최고의 전기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근거 없는 비방과 찬사들을 걷어내고 사실로 확인된 사료만 추려 가장 객관적이라 평가받는 전기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를 썼는데 이에 따르면 왕비의 참모습은 폄훼와 미화 양 극단의 중간쯤에 있다.

 

김 여사와 프랑스 왕비 모두 보석 욕심에서 그치지 않았다. 김 여사가 대통령과 동급의 비화폰을 쓰며 국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듯 왕비도 “국왕에 대한 자신의 엄청난 위력을 자기가 총애하는 사람들에게만 유리하도록 사용”하고 “아무 일에나 참견하고 서툴게 나서서 마구 결정”했다. 오빠인 오스트리아 왕자가 “네가 무슨 권리로 프랑스 왕국의 문제에 간섭하느냐”고 질책한 적도 있다.

 

절대왕정 시대에도 성난 민심에 배가 뒤집힐까 삼가고 경계했다니, 민주주의 시대 유한한 권력을 잠시 위임받은 대통령의 아내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명품 목걸이와 금거북에 관직 내주고 국정과 당무에까지 개입했다면 그 죄는 더욱 무겁다.

 

노정태 철학에세이스트 표현대로 ‘비범한 시대 높은 자리에선 평범함도 죄’가 된다. 민심의 벼락을 맞고서야 오만과 무관심에서 깨어나 뒤늦게 품위를 보여준 프랑스 왕비는 연민을 자아내는 비극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평범한 시대, 높은 자리에서, 평균치를 한참 밑도는 도덕성으로 추락한 후로도 상식 밖의 언행을 보여주는 김 여사 이야기는 환멸의 막장극으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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