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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1 5

서학개미

① 1990년대 초반 일본 경제 거품이 꺼지자 일본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제로(0) 수준까지 낮췄다. 그러자 일본인들이 싼 엔화를 대출 받아 수익률 높은 해외에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드가 본격화됐다. 해외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일본 사람들을 1997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가 ‘와타나베 부인’이라고 불러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② 2020년 코로나 창궐로 한국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개인 투자자(개미)들이 이를 기회 삼아 대거 투자에 나섰다. 이들은 외국인이 던진 매물을 거침없이 받아내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19세기 동학농민운동에 빗대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렸다. 하지만 한국 증시가 지지부진한 박스권에 갇히자 개미들은 수익률이 높은 미국 증시로 눈길을 돌렸다. 한국판 와타나베..

비효율의 미학

① 피나 바우슈의 작품답게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효율과 계산의 언어로는 번역되지 않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세상에는 이유 없이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고. “굳이 저렇게까지?”라는 관객의 속삭임이 퍼질 즈음, 머릿속이 환기되었다. 그렇다. 예술은 언제나 ‘굳이’와 ‘기꺼이’의 세계에 산다. ② 요즘의 AI 세상은 효율로 돌아간다. AI는 인간의 망설임을 오류로 간주하고 감정의 여백을 불필요한 데이터로 지운다. 한 치의 낭비도 없는 정교한 알고리즘이 ‘최적화’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사고를 재단한다.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해졌지만, 묘하게도 인간은 점점 더 공허해진다. ③ AI가 세상을 정확하게 예측할수록, 인간은 더욱 불확실한 감정으로 살아간다. 그 모순이야말로 우리가 여전히 인간임을 증명한다. ④ 예..

'에브리싱 랠리'를 끝낼 유동성 감소

① 이처럼 유동성이 풍부하게 공급돼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환경을 유동성 장세라고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광의 통화량(M2 기준, 평균 잔액)의 증가율은 지난해부터 전년 대비 6%를 초과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긴축이 진행됐던 2022년, 2023년보다 1.5배 높은 증가율이다. ② 통화는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본원통화와 본원통화를 바탕으로 민간은행이 창출하는 대출, 즉 신용의 합이다. 따라서 통화량이 감소하려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서거나, 신용 위기 같은 이벤트가 발생해 민간은행이 대출을 꺼리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③ 중앙은행이 완화 기조를 이어가더라도 채무자의 부도나 파산으로 대규모 부실자산이 발생할 경우, 말 그대로 신용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민간은행의 신용 창출이 감소할 수 있다...

진짜 대화는 말하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다

① 대화를 좋아한다. 정확히는 대화를 나누며 느껴지는 서로의 온도를 좋아한다. 같은 말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온도가 된다. ② 왜 그런 기분이 드는 걸까. 차이는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말을 끊는 사람’이었다. 내 주변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말을 끊는 사람들이 있다. 첫째는 ‘내 생각만 말하고 싶은 사람’이다. 마음속에 이미 자신의 답이 굳어져 있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해도 이런 대답으로 말을 끊는다. “말 끊어서 미안한데….” 둘째는 ‘생각이 다른 곳에 있는 사람’이다. 눈은 나를 보지만 마음은 저 멀리 있다. 내가 한참 동안 신나게 말하면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그 영화 봤어?” “그 얘기 들었어?” 셋째는 ‘말을 그대로 돌려주는 사람’이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

내 전공은 행정학이다

① 행정학과 출신이다. 가고 싶은 과는 없었다. 사실은 있었다. 영화과다. 그 대학에는 영화과가 없었다. 있어도 문제다. 부모님이 좋아할 리 없었다. 사람이 꼭 좋아하는 걸 하고 살 수는 없다. 나는 그걸 일찍 깨칠 정도로 영리하긴 했다. 영리함은 종종 인간의 미래에 독이 된다. ② 행정학과를 간 이유는 성적이었다. 점수로 거들먹거리는 친구들은 다 출세, 아니 법대를 지망했다. 내 점수는 조금 모자랐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 그랬나 보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은 법대에 가지 않는다. 대부분 법대 출신인 정치인들 전과가 증거다. ③ 첫 수업에 등장한 이름은 막스 베버였다. 관료제의 아버지다. 옆 정외과 애들도 막스를 배웠다. 카를 마르크스다. 이쪽이 훨씬 재미는 있었다. 두 막스는 세상을 보는 방식이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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