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1925년과 2025년의 데자뷔

에도가와 코난 2025. 4. 26.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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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4월 28일 영국 재무장관이던 윈스턴 처칠은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제1차 세계대전 동안 전쟁으로 중단한 파운드화의 금태환을 복원한 것이다. 이때 그는 금과 파운드화 간 교환 비율을 전쟁 전 수준으로 맞춘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쟁 수행 과정에서 발행한 막대한 양의 파운드화 중 상당량을 거두어들임으로써 파운드화와 금 비율을 전쟁 이전으로 되돌리겠다는 뜻이었다. 급격한 통화량 감축은 경기 침체를 불러일으켰고 이듬해 총파업이 일어났다. 처칠은 재무장관 자리에서 물러나 한동안 야인 생활을 해야 했다.

처칠의 정책은 1920년대 유럽 내 많은 나라 경제 관료의 사고를 지배하던 금본위제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금본위제란 금 보유량만큼 화폐를 발행하는 통화 체제다. 그런데 세계 모든 나라가 금본위제에 기반한 통화 체제를 갖추면 국제 통화 체제는 각국의 무역수지와 실물 경제를 자동적으로 조절해주는 신비로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당시 중요한 경제 대국 중 하나이던 영국에서 펼친 잘못된 정책이 야기한 혼란은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경제 질서의 불안정성을 증폭하고, 궁극적으로 1930년대 대공황을 촉발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안타깝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이론적으로 틀렸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사실이 아니다. 19세기 말 미국은 강력한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영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 대국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제조업 성장과 높은 관세는 동시에 존재했던 사실일 뿐 관세가 해외 경쟁자를 차단해서 제조업이 성장한 것은 아니다. 나아가 높은 관세가 정말로 작동했다면 해외 수입이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충분한 수입을 확보할 수 없다. 높은 관세로 인한 보호 효과와 재정 수입 확보는 동시에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다. 도를 넘는 그의 잘못된 정책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미국 경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세계 경제는 엄청난 혼란과 위축을 겪고 있다.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제적 파국이 올 가능성, 이를 피할 방법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 때문에 당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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