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나는 1917년 4월 10일 뉴욕 화랑가(畵廊街)를 서성이고 있다. 오늘 프랑스 예술가 마르셀 뒤샹은 전시회에 작품 한 점을 출품한다. 뒤샹을 화가가 아니라 ‘예술가’라고 말한 것은 그가 화가 말고도 배우, 체스 기사, 사진가, 판화가, 시인, 사서(司書), 영화감독, 철학자, 제도사(製圖士) 등이기 때문이다. 캐릭터부터가 기인(奇人) 혹은 예술적 괴짜라는 게 맞겠다 싶다.
② 뒤샹은 저 전시회에 남성용 소변기를 갖다 놓은 뒤 ‘샘(Fountain)’이라고 작품명을 달았다. 사인(sign)한 가상 작가의 이름은 ‘R. Mutt’였다. 누구든 전시가 가능한 출품료 6달러도 냈건만 남성용 소변기를 보고 경악한 주최 측은 ‘샘’을 치웠다. 한데 뒤샹과 그의 친구들이 발간하는 예술 잡지에 ‘샘’의 사진과 ‘리처드 머트의 사례’라는 익명(匿名) 필자의 글이 실리면서 세기적 논란이 벌어졌다.
③ 이른바 ‘개념미술’ ‘현대미술’의 시작점을 여기로 보는 비평가들이 있다. 이것에 관해서는 고상한 설명들이 사방에 널렸을 테니 아주 무식하게 말하자면,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저게 예술 작품이라고?’ ‘저런 거면 나도 하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 미술 작품들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④ 하여간 1917년은 정치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혁명의 해는 맞다.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났으니까.
⑤ 한데, 1917년 오늘 뉴욕에서 ‘샘’은 진보적 예술 작품이 맞지만, 2025년에는 전 세계 어디에 갖다 놔도 클래식인 거 아닌가? ‘샘’의 후예들도 보편 장르가 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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