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사방천지에 VIP

에도가와 코난 2025. 3. 1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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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28)씨는 최근 서울 용산 블루스퀘어홀에서 상영하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VIP석에서 관람하는 내내 황당한 기분이었다. 17만원에 예매한 최고 등급 좌석 위치가 2층 4열 구석이었다. 직전 공연 ‘킹키부츠’ 땐 한 단계 낮은 R등급으로 판매했던 곳이다. 김씨는 “오페라 글라스(관람용 안경)를 써도 배우들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데 무슨 VIP석이라는 건지 황당하다”고 했다.

만인(萬人)의 VIP화(化). 공연 업계에서 가장 단적으로 드러난다. 블루스퀘어홀의 VIP석 비율은 48%.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은 1층 전체가 최고 등급 (R·56%)이다.

백화점·카드 업계에서 VIP 인플레이션은 ‘기본 전략’으로 통한다. 지난해 갤러리아·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VIP 매출 비중은 40~50%를 기록했다. 백화점들은 VIP 회원 규모 등을 ‘영업 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VIP가 되는 기준은 높이지 않고, VIP 등급을 세분화하는 방식을 쓴다”고 했다. 

연예계·패션계·게임업계에서 VIP는 사실상 ‘일반 등급’과 동의어다. VVIP, VVVIP는 예사고 심지어 VVVVIP 등급까지 등장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특별 대접을 받는다는 착각을 주는 상술”이라고 했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VIP’가 되고 싶다는 욕망(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은 전 국민의 40% 가까이가 ‘특별한 지역’에 거주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강형기 전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은 “재정·행정적 권한 강화는 미미한 수준인데도 내가 사는 지역을 특별한 곳으로 만들겠다는 허영심 추종 풍조에 전 국토가 특별해지는 판국”이라고 했다. 김상돈 한국공공사회학회 대표는 “사장님·회장님·대표님·여사님·사모님 등 사적 ‘호칭 인플레이션’이 시장(市場)을 넘어 공공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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