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컴퓨터, 핸드폰,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이 정보에 ‘영원성’을 부여하고 있다.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아내고(‘즉각 접근성’), ‘복제의 복제’ ‘복제의 복제의 복제의…’를 통해(‘완전 복제성’) 정보의 ‘영생 시대’를 열고 있다.
② 디지털 정보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어디든 누구에든 퍼져 나가고, 다양한 웨어러블 장치를 통해 인간의 신체 일부가 되어 비동시적인 시간과 공간의 세계를 동시적인 세계로 존재하게 한다.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의 역사문화학자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디지털 세계를 관장하는 인공지능의 내재화로 인간은 신과 같은 존재가 된다고 예견할 정도이다.
③ 그러나 디지털 세계는 디스토피아의 어두운 그늘도 동반하고 있다. 아날로그 정보와는 다르게 어떤 형태의 정보든 가공 변환할 수 있는 디지털의 ‘정보 조작’ 기술 때문이다. 근래 무서운 속도로 증가 중인 불법 음란 콘텐트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④ 딥페이크와 안면인식 기술과 같은 디지털 기술은 일찍이 스크린 영상매체의 부정적 영향력을 지적한 사회교육문화비평 커뮤니케이션 학자 닐 포스트먼(1931~2003)의 통찰을 떠올리게 한다. 포스트먼은 40여 년 전에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담고 있는 쾌락을 주는 정보환경의 조작과 조지 오웰의 『1984』가 담고 있는 스크린 감시를 통한 인간 통제와 자유의지의 말살과 같은 파국이 ‘미디어(정보) 포화’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죽도록 즐기기』).
⑤ 디지털 세계가 “정보와 소통에 도취케 하여 사회를 혼미한 상태로 만들고, 정보의 쓰나미가 민주주의 과정에 혼란과 장애를 유발하고 디지털크라시로 변질”(『정보의 지배』, 한병철)시키는 것을 경계하고, “세계를 더 적대적, 덜 공감적, 덜 친절하게 느껴지게 만들고 우리의 집단적 웰빙에 심각한 타격”(『고립의 시대』, 노리나 허츠)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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