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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5

호명사회, 서로의 이름을 부르다

① 그의 존재가 단독자로 인식되기 어려웠던 이유는, 동네의 터줏대감 감나무 집 둘째라는 관계와 맥락이 훨씬 큰 존재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직에서 정년을 마친 이들은 이따금 만나는 옛 동료들과의 만남에서 여전히 조직에서의 마지막 직급으로 서로를 부른다 합니다. 그만둔 지 20년이 되었어도 김상무와 박전무로 서로를 부르는 모습에서 그 명칭이 그 시대의 정체성과 같았음을 확인합니다.② 문명의 혜택을 모두가 누리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욕망은 더 빠르게 커졌고 그에 비례해 각자의 일은 급격히 정교해졌습니다. 이처럼 혼자서 무엇인가를 온전히 해내기 어려울 만큼 우리의 일이 복잡해지며, 개인들은 조직을 통해 서로 규합하고 함께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③  이제 ‘증강된 인간’이 출현합니다. 인공지능과 초연결로..

대마도의 시간은 멈춰있다

① 부산에서 대마도까지는 50km 정도. 우리나라와 역사적으로 얽혀 있는 것도 많고 가깝기도 해서 두 번 정도 찾았던 곳인데, 얼마 전 조선시대 거점 항구였던 사스나항(港)이 보고 싶어 대마도를 또 찾았다. ② 대마도가 일본 막부를 대신해 조선과의 외교와 무역을 전담한 시기에는 인삼과 쌀, 중국의 면사로 북적였을 곳이었다. 세관과 검역소 창고들이 늘어섰을 거리는 아무것도 없다.  ③ 조선과의 중계무역에서 얻은 경제력으로 대마도주는 일본 내에서도 돈 많은 다이묘로 불릴 정도였다고 한다. 대마도의 전성기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6년 동안 개발했다는 가네이시성 정원은 황량할 뿐이고 그 주변으로 늘어선 건물들의 복구 계획은 들은 바가 없다. ④ 대마도를 다녀간 분들의 기행문에 시간이 멈춘 것 같다는 표현이 있다...

미국 서비스업 지탱하는 팁 문화

① ‘팁 문화’는 미국 서비스업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이다. 현재 미국에서 팁을 받는 근로자의 수입 중 팁의 비율이 통상 60% 안팎에 이를 정도다. 그러나 좋은 서비스에 대한 감사함으로 돈을 얹어 주는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소비자가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비용의 일부로 고착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뜨거운 감자’다. ② 미국은 남북전쟁 이전까진 팁을 주는 관행이 없었다. 하지만 1800년대 중반 유럽을 방문한 미국 부유층이 귀족들이 일 잘하는 하인들에게 성과급을 주는 문화를 들여왔다. 이는 곧 노예 제도에서 해방된 흑인을 저렴하게 고용하는 방법으로 변질됐다.  ③ 기본 임금을 적게 주는 대신, 고객에게 팁을 받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관습은 이후 미국 금주법 시절 뇌물을 주듯 팁을..

현재의 한국 사회를 설명하고 이해하는 중요한 변수, 중위연령

① 그 ‘워낙에 해오던 것’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찾아보면 고작 2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당시 변화하는 환경에 따르기 위해 땜질처방처럼 도입된 것들이 많다. 하지만 땜질로 탄생한 과거의 유산들이 이제는 절대 바꿀 수 없는 어떤 도그마가 되어 버렸다는 느낌을 받는다.  ② 우리 사회의 중위연령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중위연령이란 전체 인구를 나이 순서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있는 사람의 나이를 뜻한다. 1976년 20세였던 한국의 중위연령은 1997년 30세, 2014년 40세를 거쳐 올해는 46.1세가 됐다.③ 이후 30년간 빈 도화지 같던 우리나라에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의 산업과 조직이 만들어지면서 그때마다 중위연령을 넘는 사람들은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가 되었다. ④ 지금의 586세대가 한국..

독파민

① ‘독파민’은 독서와 도파민을 합친 단어다. ② 도파민은 기분이 좋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 물질. 책을 읽으면서 도파민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③ 요즘 ‘도파민 중독’이란 콘셉트를 내세워 자극적인 영상 콘텐츠가 득세하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올 초부터 온라인에 조금씩 등장했다.  ④ 출판사나 독서 모임 등을 중심으로 도파민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해독제’로서 독서를 내걸면서 유행하고 있다. 책 읽는 것을 멋지다고 여기는 ‘텍스트 힙(text hip)’이란 말과도 통한다. ⑤ Z세대는 각종 북카페는 물론, 책과 술을 즐기는 책바(bar)·북바(book bar) 등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문화 공간을 새롭게 만들어간다. 소셜미디어에서 각종 챌린지를 벌이듯 ‘고전 읽기 독파민 챌린지’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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